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민속촌 힌두사원 조형물
민속촌 힌두사원 조형물

[금강일보] 인도네시아 고대도시 족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 국적기 가루다를 타고 밤늦게 발리(Bali)의 덴파사(Denpasar) 공항에 도착했다.

인도네시아는 서쪽 수마트라에서 맨 동쪽 뉴기니섬까지 약 5100㎞에 이르고, 적도를 포함한 북위 6도~남위 11도로 남북 약 1600㎞에 이르는 광대한 국가인데, 그 중 발리 동쪽 끝 티모르섬까지 길게 늘어진 섬들을 소순다 열도(Lesser Sunda Islands)라고 한다.

바닷가의 힌두사원사탑
바닷가의 힌두사원사탑

현지인들은 소순다 열도를 누사텡가라 열도(Nusa Tenggara Barat)라고 부르는데, 소순다 열도는 다시 발리섬을 비롯하여 롬복섬, 숨바와섬, 코모도섬, 플로레스섬, 소롤섬, 아도나라 섬, 롬들엔 섬, 판타르섬, 알로르섬 등으로 구성된 북부 열도와 숨바섬, 사우 섬, 로티섬, 티모르섬으로 이루어진 남부 열도로 나뉜다.

2억 9000만 명으로 세계 4번째의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서 동쪽으로 약 3.2㎞, 동쪽으로 약 35㎞ 떨어진 롬복섬의 중간에 있는 발리섬은 제주도(1845㎢)의 약 3배 크기(5780㎢)로서 주위의 크고 작은 섬들과 함께 발리주(州)를 구성하고 있다. 주도(州都)는 발리섬의 덴파사르(Denpasar)이고, 주민은 약 450만 명 중 덴파사르에 약 200만 명이 살고 있다.

그러나 발리는 1597년 수마트라와 자바가 네덜란드에 점령된 이후 300년이 지난 1906년에야 네덜란드에 점령되었으며, 2차 대전 동안 일본군에게 점령되었다가 해방된 후 1950년 인도네시아 영토로 편입되었다. 그 결과 민족적 이질감이 많이 남아 있어서 통일국가의 정체성은 상당히 미약하다.

계단논
계단논

명승고적이나 관광지 하나 없이 오로지 맑고 깨끗한 남태평양 바다와 섬의 북동쪽에 있는 화산 아궁산(Mt, Agung: 3148m)이 전부인 발리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일본이 오키나와, 태국의 파타야, 사이판, 괌 등 가까운 지역을 여행지로 개발했다가 점점 더 먼 지역으로 바꿀 때 식민 통치했던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또 다른 관광지를 개발하여 떠나자 우리 여행사들이 신혼부부의 허니문 코스로 선전하면서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두 국적기 이외에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이 취항하고 있지만, 7시간이나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적도 남쪽까지 찾아가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은 '신(神)들의 섬(The island of Gods)'이라는 여행사의 카피에 끌린 점도 많다.

현재 발리를 찾아오는 외국인 여행객 중 한국인이 60% 정도라고 하며, 교포들이 운영하는 여행사·숙박업소·음식점도 많아서 항공권만 들고 떠나더라도 여행하는 데 불편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발리 농촌 멀리 아궁산이 보인다.
발리 농촌 멀리 아궁산이 보인다.

다만 계절적으로 4월부터 9월까지는 건기이고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우기로 나눠지는데, 건기 동안에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서 사람이나 식물들이 심각한 물 부족을 겪지만, 우기에는 매일 한두 차례씩 비가 내린다는 점을 기억하고 여행 스케줄을 세우면 좋다. 또 건기에 정남쪽 하늘 낮게 십자가 모양의 남십자성을 보는 것은 발리에서만의 멋진 야경이다.

발리에서는 렌터카 이외에 오토바이 또는 차량을 빌려서 여행하기도 하는데, 차종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차량은 5시간 기준 45달러, 10시간 기준 60달러에 유류비와 가이드를 포함한 렌털이 가능하다.

렌터카 회사에서는 국제운전면허증이 없어서 스쿠터나 차량을 빌려주지만,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리지 않으려면 출국하기 전에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는 것이 좋다.

또, 스쿠터와 오토바이는 1일 5만 루피아(환율은 1/10 정도여서 한화 5000원가량)인데, 한국산보다 일제가 더 안전하다. 다만 치안이 안전하지 못해서 시내 지역을 벗어나 드라이브할 때 불의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방갈로형 호텔 객식
방갈로형 호텔 객식

참고로 발리는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물가가 매우 비싸서 예정했던 일정이 길어지면 비용도 많이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비 대부분은 항공료와 숙박비여서 약간 저가 숙박업소나 음식점을 이용한다면 나흘을 체류하든 일주일을 체류하든 비용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발리는 미국풍의 휴양시설과 발리의 전통 민속신앙, 힌두교 신앙 등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는 관광지이지만, 근래에는 발리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인근의 롬복섬과 자바 내륙의 수라바야는 물론 족자카르타까지 여행코스를 확장하고 있다.

누사두아호텔
누사두아호텔

발리의 덴파사르(Denpasar) 국제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공항에서 약 12㎞ 떨어진 누사두아 호텔(Nusa Dua Beach Hotel & Spa)로 갔다. 호텔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호텔 체인 노보텔(Novetel)의 체인점인데, 누사두아란 발리어로 ‘해변(Beach)’이라고 한다. 늦은 밤에는 알 수 없었지만, 아침에 일어나 산책하며 둘러본 호텔은 객실이 방갈로처럼 모두 바닷가 숲 사이에 배치되어 있고, 호텔에 야외 수영장이 여러 군데 있어서 늦은 밤까지 수영을 즐길 수 있었다.

호텔 내부 전경
호텔 내부 전경

특히 세계 유명호텔협회(The Leading Hotels of the World)에서 1200여 가지 평가항목으로 심사하여 선정한 600개의 호텔 중 우리나라는 신라호텔 하나만 포함되었으나, 인도네시아는 모두 6개나 선정되었다.

자카르타에 1개(Dharmawan), 롬복에 2개(Oberoi, Lombok), 발리에 3개(Nusa Dua Beach Hotel& Spa, Hotel Imperial Bali, Oberoi Bali)나 되었는데, 우리가 그 중 한 호텔에 묵게 된 것이다.

바닷가의 힌두사원
바닷가의 힌두사원

국내 유명호텔이 고층 빌딩에 고급 건축자재로 지은 것을 자랑하지만, 휴양지에서는 해수욕한 뒤 객실로 들어오는 접근성이 좋도록 방갈로 형식의 수많은 객실을 바닷가에 끝없이 지은 것이 특색이었다.

호텔 수영장
호텔 수영장

또 호텔 종업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에 만족했는데, 침대며 심지어 실외수영장의 타월 벤치에까지 매일 청소 후 꽃잎 하나씩을 놓는 것은 약간 눈에 거슬렸다. 물론 상하의 나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쉽게 꽃을 구하고, 또 종업원들이 침실을 청소한 후 그 증표로 놓는 것이겠지만, 내 눈에는 마치 장례식 때 망인에게 주는 조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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