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소통의 열린 공간 ‘카페’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 사진=이규식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 사진=이규식

[금강일보] 오래 전 이수한 바리스타 교육 덕택에 지금껏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 분야의 더 많은 기술을 연마하고 관련지식을 넓히는 데 게을러 집에서 만드는 커피 수준은 여전히 초보에 머물러있다. 그럴 때는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주인이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맛보며 미세한 차이를 느껴보곤 한다. 우리나라에 카페가 7만∼8만여 곳이라는 통계로 보면 5200만 인구대비 과포화상태지만 이제 카페는 우리 일상문화의 중요 요소가 되었다.

원두 10∼20g을 넣고 기계를 통하여 추출하는 방식이라도 소규모 카페에서는 주인의 기술 여하에 따라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커피음용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면 집에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하겠지만 굳이 카페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나누려는 본능 때문이 아닐까. 공부나 업무를 위하여 노트북을 펼쳐 놓고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카페의 핵심기능은 뭐니뭐니해도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다.

그리고 책을 읽거나 추위와 더위를 피하고 또는 생각을 정리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제공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확산으로 카페 영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요즈음보다 확진자가 훨씬 적었을 때였지만 카페 안에서 일체 음식물 섭취를 금지했던 적이 있었다. 이때 실내 취식이 가능한 카페 명단이 SNS에 오르내렸고 일부 업소에서는 스파게티 같은 음식을 커피 접시에 소량 담아 팔면서 당국의 규제를 피해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카페의 주기능이라면 당분간 혼돈의 팬데믹 시대에 카페가 겪을 어려움은 크다. 지금도 2인 이상이 들어가면 카페 체류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는 업소가 많다. 팍팍한 일상 속에 지인과 담소를 나누며 소통하는 공간으로서의 카페의 사회적 기능, 문화적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속히 코로나가 진정되어 그간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대화,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열린 공간, 소통의 해방구 역할을 회복하기를 응원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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