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물량 없는데 이제 와서 단속하면 뭐하나
수입 다변화 하며 요소 제조업체 키워달라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요소·요소수’ 품귀 사태가 심화되자 정부가 연말까지 매점매석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충청권 등의 시장에서는 정부가 수입 다변화를 통해 부족 물량을 해소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분위기다.
환경부는 요소수와 원료인 요소 등의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가 8일 자정부터 시행됨에 따라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 합동단속반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는 요소수 제조기준 적합 여부 등을 파악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요소수 가격 담합을 단속한다. 국세청은 요소수의 입고·재고·출고 현황과 매입·판매처를 집중 단속한다.
전국 단속 대상 업체는 1만여 개로 ▲요소 수입업체 90여 개 ▲요소수 제조업체 47개 ▲수입업체 5개 ▲중간유통사 100개 ▲주유소 1만 개다. 관계부처 공무원 31개조 108명을 비롯한 경찰 공무원이 투입된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는 것은 매점매석을 조장하는 ‘중간 유통업체’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적발될 경우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요소수를 기준에 맞지 않게 제조하거나 검사를 거부·방해·기피했을 때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하지만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 유통망에서는 매점매석 기준이 과도하다고 반발한다. 요소수 제조업자·수입업자·판매업자, 요소 수입업자가 월평균 판매량보다 10%를 초과해 보관할 경우 매점매석이라도 규정돼서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판매장은 한 해 월평균 판매량을, 그 이후 판매장은 영업시작일부터 조사 당일까지 합산한다. 심지어 수입·제조·매입한 날부터 10일 이내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매점매석으로 분류된다. 이와 함께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기세 한국주유소협회 충남지회 사무국장은 “사실 요소수 제조업계에서는 한 달 전부터 요소 매입이 어려워 동이 날 것이라는 비상등을 켜왔다. 정부가 늑장 대응을 하다가 다들 요소수를 매입하지 못해 동동거리는 시점에서 집중 단속을 한 것은 뒷북이라고 본다”며 “일단 호주·베트남 등에서 수입 다변화를 통해 수급 숨통을 트여주고 시장에 푸는 시점에 맞춰 집중 단속을 해도 늦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정부가 매점매석 행위에 칼을 빼든 것을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박 모(29·대전 서구) 씨는 “디젤 SUV를 타고 있는데 주유소 5군데를 돌았는데도 없어서 해외직구를 통해 10ℓ 6만 원짜리 요소수를 간신히 구매했다. 다만 수령까지 2주 걸리는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신속한 수급 해결과 함께 매점매석 행위를 막아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번 주 호주로부터 군 수송기를 통해 요소수 2만 7000ℓ를 수입하기로 했다. 요소수 원료의 98%를 중국 수입에 의존한 것이 경제 발목을 잡은 만큼 요소수 생산국인 베트남과도 1만 톤 수입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충청권 업계에서는 수입 다변화를 통해 수급 안정을 이뤄내는 것과 함께 중국산보다 수지 타산에 뒤처져 씨가 마른 요소 생산업체를 키워내야 한다는 쓴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