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사유담협동조합 이사

[금강일보] 코로나가 지나가면 이종호 건축가의 박수근미술관에 가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박수근 화백의 호는 미석(美石)이다. 예쁜 돌을 좋아한다는 말일까? 이 땅의 질박한 화강암으로 만든 석탑이 그리 좋다는 박수근은 바위에 긁어서 그린 것처럼 자신의 미술세계를 펼쳐냈다.
돈도 없는데 겹겹이 물감을 쌓아 바위를 만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학교에서 그림 잘 그린다는 칭찬 하나를 들고 평생 집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림으로 먹고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출근하듯 그림방에 들어가 성실하게 그렸다는 작가는 대청마루에서 앉아 사진을 찍었는데 뒷배경으로 그림이 척척 겹으로 세워있다. 잘 안 팔렸던 걸까?
강원도 양구 박수근마을에 무덤과 함께 미술관이 만들어져 있다. 이종호 건축가의 작품이다. 세 차례에 걸쳐 전시관, 현대미술관, 이중섭파빌리온이 지어지는데 2014년 드디어 완공했다. 돌과 새를 좋아하는 화백을 위해 돌을 맘껏 사용해준 건축가의 넓은 마음이 느껴지는 건축이다. 기념관을 빠져나와 다른 건물로 갈라치면 대청에 앉아있던 박수근이 미술관 뒤에 앉아있다.
방문자는 박수근의 옆 얼굴을 보면서 만나는데 그때 그 먹먹한 미안함, 아니지 미안함이 아닌 알아주지 못한 죄송함? 그런 복잡한 마음이 다가온다. 어디를 보고 계시나 맨날로 앉아서, 왜 거기 앉혔나 싶다가도 그 서글픈 애잔함으로 박수근미술관을 살렸다. 눈 오는 날 가봐라.
미안해서 옷 벗어 주고 돌아올 마음이 된다. 동상 하나가 이렇게 맘을 시리게 할 줄이야. 박수근미술관은 이종호 건축가의 유작이다. 미술관이 완공되던 그 해 제주행 배에 올라 여수 즈음에서 밤바다에 몸을 던졌다.
시신은 나중에 대마도에서 발견되었다. 대자연을 감아 박수근을 품고 양구를 살린 건축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계시면서 뭔가 서류 오류가 있었다고 한다. 10억 횡령 혐의로 수사 중이었고 제주행 배에 오른 날 조사에 임해야 했단다. 건축은 단위가 크다. 불국사 화장실 한 칸 기와 올리는 게 3억이라고 했다.
어떻게 그렇게 상황이 돌아갔고 건축가는 한참 나이에 더 보여줄 것이 많았을텐데 떠났다. 처음 박수근미술관에 갔을 그때는 몰랐고 이제는 건축가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가보고 싶어졌다. 코로나가 지나가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