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취업난 등 다양한 이유 가진 '혼설족'
도시락은 물론 안전상비약품 매출도 급증
근거리 소비 플랫폼 '편의점' 설 특수 누려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 대전 서구에 사는 김양호(25) 씨는 이번 설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 그는 "취업 때문에 학원에 다니고 있다. 명절에도 학원에 나가야 한다"며 "솔직히 고향 가면 스트레스만 받으니 잔소리 들을 시간에 취업 준비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대전 대덕구에 사는 양모(여·34) 씨도 역시나 귀향을 미뤘다. 그는 "오미크론 감염이 무서워서 집 밖에도 안 나간다. 차도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초등학생인 애들을 데리고 움직이기 무서워서 안 간다"고 고개를 저었다.
취업난과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귀성길에 오르지 않는 사람들, 이른바 '혼설족'이 늘면서 고향 대신 편의점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식당은 물론이요, 명절 기간 문을 닫는 약국이나 은행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기 때문이다.
GS25에 따르면 26일 기준 지난해 설 연휴 기간 안전상비약품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146% 증가했고, 현금 인출기 이용은 78%, 반값 택배 접수는 4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예약 도시락 매출은 전월 대비 230% 올랐으며 반려동물용품은 115%, 전통주는 97%로 뛰었다.
CU의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3년간 설 연휴 기간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2019년 22.3%, 2020년 26.7%, 작년에는 30.8%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인 가구가 밀집한 원룸촌, 오피스텔 등에서 명절 기간 점포당 1일 평균 도시락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락과 함께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상품 매출도 작년 설에는 22.8% 증가했다. 소주(18.7%), 맥주(22.1%), 전통주(46.9%) 수요가 증가하며 같이 즐기는 마른안주(27.4%)와 냉장안주(16.1%)도 설 특수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에서는 '혼설족 잡기'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절에 고향을 가면 명절음식이 풍성하거나 시골이라 근거리 소비 플랫폼이 없지만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혼설족이 늘다보니 아무래도 그들에 맞춘 신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설에 맞춰 내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의 의견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는 "완전한 명절 음식은 아니지만 비슷하게라도 소비자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신제품을 내놨다"며 "또 식당 역할뿐 아니라 안전 상비 약품을 사전 구비해놨고, 현금인출기 역시 사전 점검을 마쳤다. 연휴에도 지역 사회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귀띔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