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병원 진료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 거부한 보험사
업계 “자문병원은 보험사·가입자 함께 정하는 것”
처벌 가능한 관련 법 조항 없는 것도 문제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 충남 논산에 사는 40대 A 씨는 최근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그는 "교통사고로 집 근처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지정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 전액 지급을 거절당했다"며 "약정에 명시돼 있다고, 의료자문 결과 지급이 어렵다는데 그 자문은 대체 누구에게 받는가"라고 황당해했다.
'의료자문제도'가 여전히 논란이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부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금융당국이 개선 노력을 수차례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만행이 지속되고 있다.
의료자문이란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 또는 손해사정 업무에 참고하기 위하여 의료법 제3조(의료기관)에 규정한 병원 및 이와 유사한 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또는 이에 준하는 경력이 있는 자에 대해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험사에서 직접 자문병원을 지정하는 건 있을 수 없다. 원칙적으로 보험사 측에서 병원을 지정해주는 것은 보험사에 유리한 보상금액을 산정할 수 있는 행위로 간주, 내부통제 기준을 어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A 씨의 보험사 측은 “의료자문을 받을 수 있는 종합병원이 해당 지역에 많지 않아 지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료자문의 적정성 여부 심의 등을 위해 의료자문관리위원회를 두고 있기 때문에 기준대로 처리했으며, 이 기준을 변경하려면 실질적으로 위원회의 심의대상이 되기 때문에 절대 악의가 들어갈 수 없다는 게 해당 보험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역 보험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의료자문관리위원회는 소비자보호담당 임원, 보험금지급심사담당 임원, 기타 보험회사가 정하는 위원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보험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선정이 가능하며, 애초에 의료기관을 보험사에서 지정해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내용을 약정에 집어넣는 보험사도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처럼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한 용도로 악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는 예전부터 이어져왔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제3의료기관을 통한 의료자문 의뢰시 재심의 등 피해구제절차를 안내하도록 하고 보험가입자와 함께 병원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보험가입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 자문병원조차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여전히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 의료자문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보험사들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다. 이에 금감원 차원의 제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