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중·대형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 통보
협상력 없는 동네 마트 점주들 반발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카드업계와 가맹점들의 갈등이 재점화됐다. 카드사들이 연 매출 30억 원 이상의 중·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하면서다.
백화점 등은 협상력이 있지만 비교적 규모가 작은 동네 마트들은 여지 없이 오른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악화된 것도 모자라 이번 수수료율 인상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거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연매출 30억 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지난 2018년보다 0.1%포인트에서 0.3%포인트 인하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연매출 30억 원을 초과하는 동네마트와 같은 일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인상키로 결정하면서 반발 불씨를 지핀 거다.
한국마트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난달 말부터 중·대형가맹점들에 수수료율 인상안을 통보했다. 협회가 추정한 올해 중소마트의 평균 카드 수수료율은 2.03~2.28% 수준이다. 이전 수수료율보다 0.02~0.2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첫 번째 반발 지점은 '인상요인'에 있다. 대전 서구 소재 일부 마트 점주는 “통지서에는 적격비용에 따라 수수료율을 개편했다는 문구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비용 인상 때문에 수수료율이 올랐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확인해본 결과 무작위로 찾아간 대전 서구 소재 마트 10곳 중 4곳이 인상요인을 고지 받지 못 했다고 한다.
해당 카드사들은 “개별 가맹점별로 인상요인이 모두 달라 기재하지 않았다”거나 “수수료율 산정은 적격비용에 기반해 이뤄진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유통업계 현장에선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 마트 점주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대뜸 인상한다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 인정하기 어렵다”며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논의 과정의 투명성, 형평성, 시의성 등을 해명해주고 제대로 된 요인을 알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문제는 중소형인 가맹점은 통보받은 수수료율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꺾인 데다 실제 매출 중 절반으로 카드 수수료가 나간다는 게 상당수 마트 업주들의 호소다.
또다른 마트 점주는 "대형가맹점은 오히려 카드사가 쩔쩔매지만 규모가 작은 가맹점은 수수료율을 협상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며 "우리도 협회나 대표자를 통해 직접적인 수수료율 개편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마트협회는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대상으로 가맹점 해지뿐만 아니라 법인카드, 주거래은행 전환 등 신한카드와 관련한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하겠다며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