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디젤 재고부족 심화도 있지만
국내 유류세 책정 구조 특수성 문제도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휘발윳값을 경유가 바짝 쫓고 있다. 추격을 넘어 가격 역전 가능성이 전망되는 상황,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국제 자동차용 경유 가격 상승세와 우리나라의 유류세 책정 구조의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3월 3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대비 132.8원이 오른 리터당 1994.4원이다. 경윳값은 전주대비 192.5원이 오른 1902.5원을 기록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는 불과 91.9원이다. 같은 기간 충청권의 평균 휘발윳값은 대전 2008원, 세종 2000원, 충남 2001원대, 경윳값은 대전 1916원, 세종 1915원 충남 1913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가로 따지면 휘발유와 경유 각각 대전 2396원, 2296원 세종 2195원, 2048원 충남 2168원, 2085원이다. 불과 100원 차이가 난다.
경윳값의 무서운 상승세는 두 가지 이유에서 발생한다. 먼저 국제 자동차용 경유 가격의 인상 영향을 꼽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세금이 부과되기 전 국제유가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내 디젤 재고 부족이 심화되면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유럽의 경우 수입의 약 60%를 러시아에 의존해왔으며, 경유 사용량 중 14%가 러시아산이다.
이로 인해 지난주 두바이유 기준 국제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배럴당 158.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휘발유 가격은 120.4달러를 기록했다. 이렇게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유가 지표를 국내 주유소들이 고스란히 반영해 경유를 판매하고 있어 경윳값이 휘발윳값과 맞먹게 책정되고 있는 거다.
또다른 요인은 우리나라 유류세 책정 구조에 있다. 본래 경유가 휘발유보다 저렴한 이유는 매겨지는 세금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휘발유에 세금을 더 세게 부과하는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하면서 세금 할인 폭이 큰 휘발유 가격 인하 효과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탓도 있다는 게 지역 정유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따라잡는 것은 물론,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대전 A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면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다. 지난 2008년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며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니까 활동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경유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어 빠른 시일 내 가격 역전 현상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