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탄소 배출업종 신규 대출 중단 예고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금융당국이 탄소중립 불이행 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을 옥죌 계획인 가운데 지역 제조 중소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자체적인 탄소배출량 파악 자체가 어려운 기업들은 탄소중립 정책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올해부터 은행권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태 검사를 상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탄소 배출 업종에 대한 신규 대출을 까다롭게 하겠다는 거다.

세부적으로는 고탄소 배출 업종·기업의 신규 대출을 중단하게 하거나 대출 위험도를 낮추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이유는 부실 리스크 때문이다. 올 초 발효된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나라별로 탄소배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환경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 신용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경우 2030년 탄소 배출을 전망치 대비 37% 줄이겠다고 공언한 상태고 탄소배출 기업에 대한 규제를 기본으로 저탄소 기술 육성, 투자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

이에 필연적으로 고탄소 산업 위축과 자산가치 하락, 신용 위기가 뒤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해당 기업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금융기관은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신용 리스크가 커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내수침체, 물류경색 등 복합적인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기업들은 혹여나 자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대전의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발전원료비가 올라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료 공급망 붕괴 사태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등으로 자금줄이 끊길 경우 국내 발전업계의 타격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기조에 매몰돼 규제와 정책만 쏟아내는 것보다는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안착을 위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낮은 기술수준, 투자의 불확실성, 탄소감축 가이드라인 혼선으로 인해 무작정 탄소감축에 뛰어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대전 대덕구 한 화학제품제조업체 대표는 “중소기업의 제대로 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대출 규제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금융 지원을 늘리는 게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계의 탄소중립 전환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자금 부족인데 고탄소 배출 업종에 대한 자금 지원이 실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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