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핵가족 보편화 크기 작고 실용적인 가전선호
미니 가전 저소음·절전효과 커 예비·신혼부부 혼수로도 인기

무엇이든 크고 비싼 것이 좋다는 인식은 소비자들의 구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나 한 번 구입하면 최소한 수년 이상 사용하게 되는 가전제품의 경우 ‘크고 비싼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더욱 강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또한 가전제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넘어서, 그것을 보유한 가정의 경제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는 경향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최고급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게 이어져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좀 더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인식이 커지면서 소형가전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핵가족의 보편화 역시 무조건 큰 제품보다는 자신들에게 딱 필요한 소형가전을 선호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전체 1734만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3.9% 414만가구로, 20년 전인 1990년 9%에서 약 15% 가량 증가했다.
최근 가전업계에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1인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미니가전 및 싱글가전 등 좁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동시에 눈에 띄는 디자인의 가전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만혼 등으로 20년 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34%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틈새시장에서 주력상품으로
지금까지 소형가전은 세컨드 가전, 가령 TV의 경우 방에 들여놓을 조그마한 TV처럼 여분의 제품으로만 치부돼왔다.
성능보단 가격 등이 더욱 고려 됐지만 이제 소형가전은 당당하게 주력상품으로서 시장에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맞물려 세계경제가 침체돼 있는 가운데 싱글가전은 상대적으로 다른 가전들보다 가격이 낮아 성장세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작년 가구 매출이 12.5%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가운데 1인용 가구 증가율은 26.1%를 기록했다.
국내 대형 전자제품전문점에 따르면 싱글가전 제품에 대한 문의가 3∼4년 전보다 20∼30% 가량 증가했으며 특히 TV 시장에서 소형으로 분류되는 32인치 TV 판매량의 비중이 지난 2010년 전체 38%에서 지난해에는 40%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6인용 이하 전기밥솥 판매량은 전체 밥솥 판매량의 4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소형 밥솥 판매 비중은 지난 2009년 30%에서 2010년 35%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는 냉장고는 구매자 4명 중 1명이 300ℓ 이하 소용량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대형제품으로 분류되는 세탁기도 초소형제품이 나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벽에 달아 사용하는 벽걸이형 미니 세탁기의 경우 3㎏ 초소형 제품으로 출시되자마자 1700만 대가 판매, 놀라운 인기를 보였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혼수 시장을 바꾸다
결혼 준비로 빠듯한 예비부부들, 혹은 신혼부부들에게 싱글가전은 새로운 혼수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싱글가전이 보통 가전보다 더욱 저렴하기 때문이다. 냉장고 같은 경우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이지만 미니가전으로 구입하면 100만 원 안쪽으로 장만을 할 수 있으며 세탁기, TV 등도 싱글가전으로 구입할 경우 몇 배나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또 싱글가전은 크기가 작아 저소음효과 및 절전효과가 크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싱글가전의 트렌드는 소형을 넘어 멀티로
싱글가전의 가장 큰 특징은 소형화이다. 소형화를 통해 좁은 공간에서도 배치가 쉬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작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 제품 이상을 퓨전해서 공간을 줄이는 것이 싱글가전의 올해 트렌드이다.
여러 제품을 따로 구매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공간이 절약된다는 점, 편의성도 증대되는 등 경제적인 이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3가지 이상의 기능을 한 제품 안에 넣은 멀티형 가전은 주로 소형 모델로 생산되기 때문에 특히 방이나 거실 크기가 좁은 소규모 가정에 적합하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소파와 침대를 겸해서 쓰는 소파침대는 대표적인 멀티화된 소형가구이지만 새로울 것이 없을 정도로 대중화가 된 제품이다.
냉장고에 김치냉장고기능을 접목하고 와인셀러를 합친 가전제품도 벌써 대중화된 제품이고 세탁기와 건조기능을 합친 제품도 맞벌이부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전기밥솥은 만능 찜 기능을 접목해 스테이크부터 잡채까지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별도의 찜기를 구매할 필요 없이 밥솥 하나만으로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믹서와 거품기 등의 조리 기구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멀티 믹서도 인기이다.
오디오와 휴대폰의 MP3 스피커를 결합한 상품은 휴대폰 충전기로도 쓸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크기도 손바닥정도 돼 싱글족이나 신혼부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