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서도 어느정도 효과 봤던 정책이지만
"정부 정책에 따른 부담 은행에 떠넘기는 꼴" 지적도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900조 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경제 부실 뇌관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차기 정부가 해법으로 제시한 '배드뱅크' 설립을 두고 분분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배드뱅크를 통해 취약차주들의 채무 탕감을 실시해왔던 만큼 이번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긍정적 반응도 나오지만 정확한 부실 규모 파악 이전에 나랏돈으로 새 기구부터 만드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무분별한 코로나19 지원책으로 인한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반발도 심화되는 중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자영업자 대출이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잠재 부실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는 올 하반기 이후에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몰려올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오는 9월 말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종료에 따른 부실 처리를 정부와 은행·소상공인진흥공단이 출자한 배드뱅크(Bad Bank)에서 전담토록 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배드뱅크란 부실자산 및 채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이다. 은행이 소상공인 대출 등 부실채권을 배드뱅크에 양도(매각)하면, 배드뱅크는 채무자의 상황에 따라 채무를 재조정해 연착륙을 지원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어, A은행이 채무자 B에게 부동산 등을 담보로 대출을 내줬다가 B가 채무상환능력을 상실할 경우, 배드뱅크에서 A은행으로부터 B의 담보물을 넘겨받아 이를 담보로 유가증권(자산담보부채권)을 발행하거나 팔아 채무를 회수한다.

부실채권을 배드뱅크에 전부 넘겨버리면 A은행은 우량 채권·자산만을 확보한 굿뱅크(Good Bank)로 거듭나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해진다. 역대 정부에서도 금융위기 발생 시 활용해오던 방법인 만큼 긍정적인 반응이 적잖다.

지역 A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 출자 및 시중은행 출연금으로 배드뱅크를 설치해 소상공인 부실 채권을 인수해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의 폐업을 지원하는 게 현재로서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발 기조가 더 커지는 모양새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처리 기관이 없는 것도 아니고 부실 규모도 정확히 모르면서 나랏돈 들여서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게 그렇게 적절한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기관이 있든 없든이 문제가 아니라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는 분명히 부실채권을 은행에서 사들이게끔 할 거다. 시한폭탄을 금융권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의 의견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그는 “금융취약계층을 돕는 것은 좋으나 현존하는 채무 탕감 정책도 힘든 와중에도 꾸준히 잘 갚아 나가는 채무자들에게 반발을 얻고 있는데 배드뱅크까지 만들어야 할까”라며 “만약에 채권을 넘겼다고 해도 출자금이 같으면 갖고 있던 채권이 사라지는 것뿐이다. 아직 정확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결국 정부 정책으로 인한 부담을 은행들이 모두 떠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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