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역폐지 불합리”vs“영세 종합건설 위한 조치”
상호진출 가이드라인 구체화로 갈등 해결해야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경기 침체로 찬바람이 불고 있는 건설업계가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 간 업무영역 장벽이 사라진 데 따라 생존권 다툼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종합건설은 토목, 건축 등 2개 이상의 전문공사로 구성된 시설물을 시공하는 기업을 의미하며, 전문공사는 실내건축, 도장 등 시설물의 일부 혹은 전문분야를 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 건설기본법 제16조에 따르면 현재까지 복합공사는 종합건설, 단일공사는 전문건설업자만 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공 공사를 시작으로 종합·전문건설기업간 상호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상호 경쟁을 통해 역량 있는 건설업체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다. 또 그동안 만연해있던 하도급 관행을 뿌리뽑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 전문건설업체의 반발만 야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사업 확장은 둘째치고 자본과 인력을 내세운 종합건설사가 전문공사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일감마저 빼앗기고 있다고 토로하는 상황이다.
행동에도 나섰다. 대한전문건설협회·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는 최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전문건설 생존권 방치 국토부 규탄대회’를 열고 영역 개방 폐지와 생산체계 복원을 촉구했다. 지난해 공공 발주공사에 적용되기 시작한 종합·전문 건설업종 간 상호시장 개방의 결과로 전문업체의 수주물량이 대폭 감소해 업체 존폐가 위태롭다는 거다.
대전 동구 한 타일설비업체 대표는 “코로나19와 원자재수급난으로 지역 내 공사 수주량이 급격히 줄었는데 전문설비업계가 진행해야 할 공사에 종합건설이 들어올 경우 전문건설사의 매출만 떨어지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에선 소규모 전문건설사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30억 원 이상의 공사는 상호시장 개방을 유지하되 그 이하 소규모 공사는 기존의 업역체계를 복원하거나 내년 연말까지 유예된 2억 원 미만 전문공사에 대해 종합업체의 진출을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물론 이를 5억 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영세 종합건설사의 경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거대 건설사 외 소규모 사업장 성격의 종합건설사도 적잖은 만큼 이들의 활로 모색을 위해 업역을 없앨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전 중구 한 중소종합건설사 대표 김 모(31) 씨는 “같은 종합건설 명패를 걸고 있다고 해도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 간 차이가 크다. 종합건설의 경우 공사 총괄 성격이 강하기에 원가 부담이 크고 그나마 다양한 공사수주를 통해 적자를 메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건물을 지으려면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사와의 협력이 중요한 만큼 정부는 현실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다시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