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과일지도 바꿔
충남에서 귤·바나나 재배 전망
“고온대응 재배법 개발” 의견도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충청은 물론 국내에서 21세기 안에 사과, 배, 포도 등을 재배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온이 오르면서 과일 재배 면적이 줄고 재배 가능 지역이 지속적으로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온 대응 재배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과·배·복숭아·포도·단감·감귤 등 6대 주요 과일의 총 재배 가능지(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를 2090년까지 10년 단위로 예측한 결과, 사과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배와 복숭아, 포도는 2050년까지 소폭 상승하다가 감소 추세를 보였다. 단감과 감귤 재배는 지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사과의 경우 과거 30년의 기후 조건과 비교하면 재배 적지·가능지가 급격하게 줄면서 2070년에는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배는 2030년대까지 재배 가능지 면적이 증가하다가 2050년대부터 줄고, 2090년대가 되면 이 역시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

복숭아도 마찬가지다. 포도는 2070년대부터 고품질 재배 가능지가 급격하게 줄고, 단감은 2070년대에 산간지역을 제외한 중부내륙 전역으로 재배지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귤의 재배 한계선은 제주도에서 충청지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2070년 충남에서는 바나나 재배만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전망의 전조증상이라도 되는 듯, 최근 여름을 앞두고 사과와 배나무에 주로 발생하는 과수화상병 전염이 시작되면서 충청권 과수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예상까지는 아직 몇 십년이 남아 있지만 벌써부터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한 전염병이 하나둘씩 새로 나타나고 있다.

그 중 대표격인 과수화상병은 주로 충청지역에서 유행하는 전염병으로 한 번 발병 시 과수원 전체를 폐원해야 하고 해당 토지에서 3년간 사과나 배를 재배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크다. 이에 과수농업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 예산에서 과수원을 운영했던 A 씨는 "지난해 기온이 너무 높아서 과수화상병이 사과와 배나무를 전부 말라 죽였다. 농장 앞에 석회를 깔아서 소독하거나 해서 그나마 폐업까지 하진 않은 곳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손을 놓았다. 코로나19도 있는 데다 4월인데 벌써 최고기온이 20도다. 조금만 더 오르면 별의별 질병이 다 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상황에 새로운 재배법 개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전 B 과수원 관계자는 "현재 대전에서는 지역 농협을 중심으로 새로운 재배 방법을 통해 포도 등 주산지와 제철 아닌 과일도 출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고온현상이 더 심해질 때를 대비한 재배법 개발, 혹은 고온에 적응성이 뛰어난 품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지역 농가들에 대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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