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헌 충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장

국내 과수 재배면적과 유통시장 출하 물량을 보면 60~70% 이상이 다른 나라의 품종이 우점하고 있다. 이러한 단일품종 편중 재배, 제수용 대과생산, FTA 체결 가속화로 인한 유통시장 개방 등으로 국내 과수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국내 과수산업은 로열티, 시장가격의 높은 변동성 등 유통시장에 많은 제약을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과수 육종, 신품종 재배 확대, 돌발 병해충 방제, 종묘 생산 유통체계 개선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가 해외에 지불한 과수분야 로열티는 약 240억 원에 달한다. 물론 해마다 많은 로열티를 지불하는데는 과수 육종의 특수성이 기인한 점도 있다. 과수 육종은 대상이 나무가 아니라 과일이며 형질발현에 미치는 환경영향과 연구에 소요되는 돈과 시간이 많이 요구되기 때문에 타 작물에 비해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국내에서 우수 과수 신품종 육성 연구는 활발하다. 국내의 과수 육종 연구는 1953년 농촌진흥청(구 중앙원예기술원)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1990년대 이전은 주로 상업화 및 고소득을 위한 밀식용이성, 왜화성 품종 육성에 집중하였고 2000~2010년대에는 농촌 일손부족에 대응하여 자과적과성, 하수성 등 생력화가 과수 육종소재 선발에 주된 목표였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는 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착색성·저장력 보완 등이 있으며 소비자 니즈도 육종목표의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되어 소비자 선호형 중소과 품종 개발, 경관용 품종 개발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해 왔다.
충남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에서는 껍질째 먹는 배 ‘CN-102’(청밀)를 육성, 품종등록 출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농촌진흥청 공동연구과제의 일환인 ‘과수 신품종 국내 육성품종 보급 확대 사업’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품종 재배 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국내 육성 과수 신품종 현장 평가회도 매년 3회 이상 실시하고 있다. 특히, 포도 ‘스텔라’, ‘홍주씨들리스’, 배 ‘그린시스’ 등 과수 신품종 현장 재배 시 발생하는 문제점을 연구과제로 선정하여 농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보급부터 정착까지 전 단계에 참여하고 있다.
충남 각 시‧군에서도 국산 신품종 보급 확대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청양군에서는 국내 육성품종인 ‘루비에스’, 홍성군에서는 ‘홍주씨들리스’ 등 지역별 유망한 국내 육성 신품종을 지역 특화 브랜드 및 단지화를 추진하여 정착시키고 있다. 충남도에서는 ‘소비자 선호형 국내 육성 신품종 보급시범’으로 사과(썸머킹, 썸머프린스, 아리수, 자홍), 배(그린시스, 슈퍼골드) 등 4개 과종을 도내 5곳 48㏊ 규모로 보급하고 있다.
최근 국내 과수산업은 과수 구제역으로도 불리는 ‘화상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민간육종가의 역할도 활발하여 미국, 뉴질랜드, 독일 등 화상병 저항성 품종, 대목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국가 농업 현안으로써 방제가 향상, 병확산 방지 등에 머물러 있다. 과수육종의 목표는 시대 흐름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해야 하며 종자주권 확립을 위해서는 연구기관과 농가가 협심해야 한다. 민·관 주축으로 과수 신품종 개발–보급·확대-해외 시장진출 교두보 마련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흔들리지 않는 종자주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