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도시 대전' 오명 벗겨준 전국 최초 빵 축제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인원 방문해 인산인해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로 안심하고 즐겨

‘빵 굽는 냄새’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빵의 나라’ 프랑스에 있는 대학 연구진이 행동 실험을 통해 찾아낸 결론에 따르면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면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좀 더 친절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친절의 정도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발을 멈추고 시선을 챙기게 되는 걸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닌 듯 싶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토요일 오후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서 평소와 다른 냄새가 느껴졌다. 무겁고 어렵게 느껴져야 하는 역사의 냄새가 아닌 단순하게 나의 후각을 자극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가볍게 바꿔준 ‘빵 굽는 냄새’가 나의 뇌를 자극했다. 깃털처럼 가벼워진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빵 굽는 냄새’를 따라갔다. 나의 후각이 뇌를 지배한 순간 이미 나의 발걸음은 ‘빵모았당’ 축제 입구에 줄을 서 있었다.

1시간여 줄을 서서 입장한 축제에는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대의 빵 축제인 만큼 수많은 베이커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전의 상징인 성심당을 시작으로 마니아들의 빵지순례에서 빠지지 않는 정인구팥빵,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비건 베이커리까지. 지난해보다 훨씬 더 다양성을 갖춘 부스들이 공간을 꽉 채웠다. 참여 베이커리 리스트를 미리 확인하고 부푼 마음으로 찾아간 축제, 지난해보다 몇 배는 늘어난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다보니 오후 느지막이 찾아갔을 땐 이미 빵 품절사태가 여기저기 나 있었다. 워낙 명성이 자자한 베이커리들이 한 곳에 모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부스가 한산해보여 찾았던 ‘에코브레드하우스’ 역시 그런 경우였다.

에코브레드하우스 매니저는 “지난해에도 참여했었는데 그때도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인원이 몰려 이른 시간에 다 팔렸었다. 그래서 오늘은 준비를 더 했음에도 거의 다 나갔다”고 말했다. 27년 동안 한 자리에서 지역을 지키고 있었던 곳이라 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지난해 축제 이후에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지역의 작은 동네 베이커리들에겐 ‘빵모았당’만큼 절호의 찬스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지만 몰려드는 방문객에 아쉽지만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다니다보니 베이커리 부스 이외에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곳들이 보였다. 그 중의 한 곳이 바로 우송정보대 일본외식조리학부 학생들이 운영하는 베이킹 체험 부스였다.

에코브레드하우스 김단아 매니저가 손님에게 빵을 전달하고 있다.
에코브레드하우스 김단아 매니저가 손님에게 빵을 전달하고 있다.

1학년 재학생이라는 이은성 학생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즐길 수 있는 슈가 크래프트 등 다양한 제과제빵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찾아오신 방문객에게도, 학생들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라 재밌게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소감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상설무대에서 '성심당 달고나 뽑기 왕 선발전' 등 각종 대회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 한 켠에서 지켜보고 있던 미국출신 유학생 수잔 씨는 “한국에서 이런 축제를 볼 수 있는 게 신기하다”며 “이런 축제가 더 많고 자주 있으면 좋겠다. 다음에도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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