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대전 원도심 지킨 유일무이 향토백화점의 마지막 인사

▲ 1996년 8월 백화점세이 개점 당시 전경. 백화점세이 제공

대전에서 나고 자란 지도 어느덧 27년이 됐습니다. 그간 수많은 인연이 나를 스쳐지나갔지요. 1996년 8월 대전 중구 오류동에서 태어난 나, 백화점 세이는 대구의 대구백화점 등이 사라질 때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국내에 남은 유일무이한 향토백화점입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자산관리회사인 투게더운용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제 나의 날들이 질 때가 머지 않았죠. 당분간은 재임대 방식으로 계속 이 자리를 지킬 예정이지만 그 기간이 확실치 않습니다. 시한부 인생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들어 지난 날들을 자주 돌아봅니다. 우리에게 남은 추억이 참 많더군요.

백화점세이 전경. 백화점세이 제공
백화점세이 전경. 백화점세이 제공

기억하시나요? 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왔던 유명 가수들을 보러 왔던 당신 생각나나요? 김건모, 코리아나의 무대를 바라보며 아버지 품에 안겨 박수 치던 당신말이에요. 너무 어렸던 때라 잊었을 수도 있겠네요. 다음에 봤을 때는 많이 자란 당신을 보고 정말 많이 놀랐었죠. 2001년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전 지방투어가 열렸을 때 말이에요. 입장조차 힘들어 현관 야외무대에서 구경하던 이들이 하도 많아서 엄마 손 꼭 잡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던 그 인파를 바라보던 당신. 사람들을 겨우 헤집고 들어가 인생 첫 영화를 보고 즐겁게 돌아가던 그 말간 얼굴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이후 집과 거리가 꽤 되는데도 종종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오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영화도 보고, 대전에 유명한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가 처음으로 들어왔을 때도 줄 서서 햄버거를 사 먹던 당신, 기억하시나요? 나중에는 여자친구가 좋아하던 가수 콘서트 티켓을 사겠다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오곤 했죠.

그러다 대학을 간다고 대전을 떠나고 한참이 지나서 아버지가 된 당신은 아이를 안고 왔었죠. 나는 당신을 꼭 닮은 아이의 그 미소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부 옛날 이야기가 됐지만 제가 주저리주저리 떠든 것 이외에도 너무 많은 기억이 있네요.

그래도 조금이나마 당신을 더 볼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사라진다고 추억마저 사라지진 않겠지요. 날 그리워 할 당신을 생각하면 좀 슬프지만, 찬란했던 옛날을, 우리의 추억을 기억해주세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지요. 마지막까지 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  -백화점 세이 올림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