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ay·영상부품 등 센서 분야 강자
적외선 센서 세계 군수시장까지 견인
비대면 시스템·자율주행 자동차까지
미래 센서기술까지 노리는 강한 포부

국내외 센서(sensor)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우수한 센서 기술로 X-Ray·영상부품과 대한민국 군에서부터 전세계 군수시장까지 진출하려고 하는 야심만만한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적외선 기술 선진국보다 무려 30여 년간 뒤처진 기술력을 꿈과 끈기만으로 극복한 기업, 바로 아이쓰리시스템㈜이다. 아이쓰리시스템㈜의 목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근미래에 첨단 적외선 검출기를 출시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뿐만 아니라, 향후 성장이 예견되는 비대면 시스템,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까지 대비하고 있다. 아이쓰리시스템㈜을 이끌고 있는 정한(62) 대표로부터 비장하면서도 담대한 경영철학과 비전을 들어봤다.

#. 사장님은 워크홀릭

“특별한 경영철학이 있는 건 아니지만, 회사를 경영하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하고 다소 융통성 없이 보이기만 한 정 대표의 첫인상.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절박함과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채 성실하고 우직한 자세로 일하는 우리네 아버지와 같았다. 그는 현재도 기업이라는 공동체를 발전시킨다는 일념 하에 주말·휴일을 반납한 채 회사에서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하는데, 이 같은 태도와 정신은 군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언젠가 군 선임이 베개를 빨아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 베개를 빨아왔죠. 그런데 선임이 ‘왜 네것만 빨았냐’고 질타하시는 겁니다. 순간 ‘아차’했죠.”

그는 이 경험을 통해 배웠던 것이 공동체 의식이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한다는 희생정신이었다고 회상한다. 향후 공익을 위하고 협업을 중시하는 그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됐다면서 말이다.

군 제대 후 국내 유수의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중 과거 대학교에서 연구하던 분야인 적외선 센서 분야에 다시 관심을 돌렸다. 적외선 영상센서는 어두운 공간에서 사물을 식별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국방, 우주, 의료 등 국가 전략적 분야에서의 수요가 큰데도 불구하고 이 같이 중요한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기가 발동했고, 영상센서 불모지 대한민국에 이 기술을 선사한다는 결심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그는 아이쓰리시스템㈜을 설립, 영상센서 기술에 박차를 가한다.

#. 위기에서 도약으로

그의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회로 설계, 반도체 공정 등 첨단 기술이 집약돼야만 생산할 수 있는 ‘적외선 센서’에는 시설이 필요했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자본금이 필요했다. 캡슐형 내시경 개발 등 여러 사업을 펼치며 가까스로 자금을 모은 정 대표는 적외선 센서 개발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고, 본격 개발에 나서 막 납품을 시도하던 2009년 위기를 맞는다.

적외선 센서 납품규격을 맞추지 못해 납품이 무기한 늦어지게 된 거다. 납품을 시도하길 수차례, 이미 자금은 고갈나고 심신이 피폐해져 “이번에 실패하면 마지막이다”라고 말하려던 찰나, 기적적으로 납품을 받던 방산업체로부터 품질이 충족됐다며 납품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정 대표가 회심의 미소를 짓던 순간이었다.

이후 아이쓰리시스템㈜은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한다. 선진국보다 무려 30여 년 늦게 시작한 적외선 센서 사업이었지만, 현재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말한다.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신이 도와주셨던 모양입니다. 현재 적외선 센서 국산화는 물론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 냉정한 조언

“부끄럽습니다만, 30여 년간 적외선 센서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청암상을 받았습니다. 무척 영광스러웠습니다. 앞으로도 청암 박태준 선생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공공을 위해 헌신하고, 사회적 약자를 돕겠습니다.”

제철보국의 일념으로 철강자립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화와 근대화의 초석을 닦은 청암 박태준(1927~2011) 선생을 기념해 그가 설립한 포스코는 2006년부터 과학·교육·봉사·기술 분야에서 업적을 세운 이들에게 선생의 호를 따 제정한 ‘청암상’을 수여하고 있다.

포스코는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로 적외선 영상센서 양산국가로 발돋음 하는 데 정 대표의 업적을 인정, 2021년 기술 분야 청암상 수상자로 그를 선정했다. 업적을 인정 받은 정 대표이지만, 그는 오만하지 않고 냉철하게 자신과 기업의 상황을 살피고 있다.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오른 기업이지만, 잠깐의 방심이 패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업가적 정신에서다. 그런 만큼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대한 꿈을 갖고 이 업계로 뛰어들지만, 실패의 대가는 너무도 큽니다. 신용불량자가 되고, 가정이 파탄나기도 하는 거죠. 철저한 준비를 해야만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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