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사유담협동조합 이사

동방미인은 대만의 대표적인 우롱차입니다. 차를 발효시키는 정도에 따라 백차, 녹차, 청차, 황차, 홍차, 흑차로 나눕니다. 우롱차는 청차에 속합니다. 차라는것이 의외로 다양합니다.

대만에서는 동방미인을 팽풍차(膨風茶)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뻥쟁이라는 뜻입니다. 보통 봄에 찻잎을 따서 만드는 게 일반적인데 동방미인은 특이하게도 여름에 만듭니다. 여름에는 잎도 커지고 벌레도 생겨서 차를 만든다는 게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 느껴져서 뻥쟁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방미인은 실제 여름에 잎을 따서 만듭니다.

그 맛은 어떨까요? 짤막하게 말하자면 녹차가 가진 신선함보다 달콤함과 깊음이 있습니다. 어쩌다 철지난 억센 여름차가 향기로워졌을까요? 대만 서북부 묘율현(苗栗县)에 있던 차밭의 찻잎들이 해충에 의해 찻잎의 색깔이 변색되었는데 그 벌레를 함께 말려 만들었더니 특유의 꽃향과 달콤함을 얻었다고 합니다. 정말 거짓말같은 이야기지만 사실입니다.

소록엽선이라는 벌레가 많이 살아야 좋은 우롱차가 되기 때문에 당연히 약을 치지 않는 유기농이어야 하고 관리가 어려워 소량이 생산될 뿐입니다. 좋은 우롱차 뚜껑에는 소록엽선벌레가 다섯 개나 그려져 있기도 합니다.

보통 오룡차라고 하는데 벌레먹은 찻집이 다양한 색을 띠기 때문이랍니다. 나는 처음 동방미인의 찻잎을 보고 상한 줄 알았습니다. 우리고 난것도 처참하게 다양한 빛을 띠기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맛은 뛰어납니다.

동방미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유는 1960년 영국의 세계 음식 박람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하사했다고 합니다. 지금껏 한번도 맛본 적 없는 차에 감동하여 동방미인(Oriental Beauty)의 향기라고 칭찬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후부터 팽풍차는 동방미인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빅토리아 여왕 시기의 이야기라고 하는 설도 있습니다. 이름부터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재미있는 동방미인 한번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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