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해저드, 대출 안 받은 소상공인 역차별 우려에
은행 주주에 대한 배임죄 형성 가능성 등
“리스크 너무 크다, 합리성 제고해야” 지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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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 만기를 최장 2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은행권의 반발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만기가 연장되면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발생과 대출을 받지 않고 버텨온 소상공인들의 역차별 우려는 물론 은행권이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빚에 시달리는 소상공인들에 대해 만기연장뿐만 아니라 금리할인, 원금감면 등의 지원 강화를 골자로 한 ‘소상공인 새출발기금(가칭)’ 세부 운용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오는 9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절벽에 내몰리는 취약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들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코로나19 이후 밀린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도록 상환 여력이 없는 차주들을 대상으로 최대 1∼3년까지 충분한 거치기간을 부여하고, 장기·분할상환 일정을 최장 10∼20년으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금리 상승에 따른 과도한 이자 부담 증가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출금리를 중신용자 대출금리 수준으로 조정, 부실차주가 보유한 신용채무에 대해 60∼90% 수준으로 원금감면을 시행하는 내용을 보고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은행들의 근심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을 안 갚아도 괜찮다고 허용했다는 잘못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똑같이 코로나19를 힘들게 버틴, 대출을 받지 않은 소상공인들에 대한 역차별 지적도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도 상당한 데다 소상공인에게 더욱 필요한 방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합리성을 제고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리 조정을 주문하면서 대출 만기를 20년까지 연장한다는 건 은행들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장기화된다는 거다. 원금탕감도 마찬가지다. 자칫 잘못하면 주주들에 대한 배임죄가 형성될 수 있는데 그런 위험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을 위해서라면 상환기간을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폐업 지원 등의 방안이 더욱 필요하다. 합리성을 제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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