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더 뜨거웠던 선생님과의 아름답던 인연
진실된 글·멋진 삶 잊을 수 없어

리헌석
대전예술단체 총연합회장
존경하는 김명녕 선생님!
선생님의 부음(訃音)을 들은 2012년 8월 6일은 온종일 정신이 아뜩하였습니다. 일기예보가 시작된 이래 가장 길게 이어지는 폭염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독하게 이어지는 열대야(熱帶夜)도 참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께서 새벽 운동을 나가신 후, 갑자기 이승을 뒤로 하셨다는 말씀을, 사모님, 이창희 여사님으로부터 듣는 순간 하늘이 빙글 돌았습니다.

‘설마 사실이 아니겠지!’ ‘만우절일지 몰라!’ 다시금 달력을 확인하였지만, 농담도 꿈도 아니었습니다. 오전 8시 30분에 슬픈 소식을 접하였으니, 이 사실을 여러 문인들에게 알려야하였지만, 우두망찰한 채 오전 11시 30분까지 책상에 앉아 묵상에 잠기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문인들에게 휴대폰 문자와 이메일로 공지하고서야, 선생님과의 아름다웠던 인연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수필가 김명녕 선생님!
새삼 헤아려보니, 선생님과의 인연이 꼭 10년째입니다. 이 소중한 인연은 2002년에 ‘사단법인 문학사랑협의회’가 출범했을 때 맺어졌습니다. 의욕적으로 계간 [문학사랑]을 발간할 때였습니다. 수필 작품 여러 편을 보여 주셨지요. 고향인 충청북도 충주 지역의 독특한 언어를 살려내어 직조한 아름다운 글이었습니다. 문장이 훌륭하기도 하였지만, 글 속에서 숨쉬는 맑은 영혼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소중한 인연은 2003년에 선생님의 작품이 [문학사랑] 신인작품상에 당선하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웠습니다. ‘마라톤과 깨달음’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삶’ 두 편에서 선생님은 건강한 삶에 대한 소신을 밝히셨습니다. 2004년에는 그 동안 써 두었던 옥고를 편집하여 [달리면서 만나는 세상]을 발간하셨습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한 선생님의 생활과 철학이 우리를 감동시켰습니다.

존경하는 마라토너 김명녕 선생님!
선생님이 빚은 글을 통하여 마라톤 마니아였음을 알았습니다. 첫 번째 수필집은 물론, 두 번째 수필집 [달리면서 넓어지는 세상]에서 마라톤 42.195km를 30여 회 풀코스로 완주한 분임을 알았습니다. 3시간 초반에 달릴 정도로 집중하셨으며, 이를 통해 비만성 성인병을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하여, 많은 분들이 박수로 격려해 드렸습니다. 그야말로 인간 승리였습니다.

마라톤은 선생님에게 삶의 바탕이었습니다. 새벽 3시에 뒷산 12km를 달리고 나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는 말씀을 들으며 경외하였습니다. 그후 한밭대학교 컴퓨터 공학교수로서 제자들을 지도하시다가 정년퇴임하셨습니다. 충남성악선교대학에서 수련한 성악에 열정을 보이셨습니다. 사진 창작에도 힘쓰셨습니다. 그 사이 사이에 승마를 하시고, 오토 바이크 질주를 즐기셨습니다. 참으로 멋진 삶이셨습니다.

존경하는 김명녕 선생님!
이처럼 뜨겁게 사시다가 떠나신 분이셔서 더욱 그립습니다. 이제 도착하신 그곳에서도 선생님은 아름다운 화음으로, 진실을 담은 글로, 산길을 달리듯이 바쁘게 뛰어다니며 아름다운 꽃을 피우시리라 믿습니다. 며느님의 추모사처럼 사랑을 듬뿍 주고 떠나신 분이시니, 그 곳에서도 넘치는 사랑을 주고받으시리라 믿습니다. 언젠가 선생님이 아름답게 가꾸신 그 곳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합니다.

선생님, 이곳의 가족과 친지들은 멈출 수 없는 눈물 빛 그리움으로 삼가 명복을 빕니다. 김명녕 선생님, 평안하소서! 뵙는 날까지 여여(如如)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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