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사유담협동조합 이사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는 영국에서 오후 2~4시 사이에 벌이는 티 파티입니다. 출출하고 심심해져 나른한 오후에 밥 먹자니 그렇고, 안먹자니 서운한 그 틈에 벌이는 거죠. 여성들의 귀족문화였습니다.

애프터눈 티의 시작은 1841년 베드포드 가문의 안나 마리아 공작 부인(1783∼1857)으로부터였습니다. 그 당시 영국인들은 하루에 아침과 저녁 두 끼 식사만 했는데 저녁식사 전 늦은 오후에 허기는 참을 수가 없어 오후 3시와 5시 사이에 샌드위치나 구운 과자와 함께 차를 준비하고 친구들을 초대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영국 귀부인들의 사교적인 행사가 되었고 이후 중산층이 모방하기 시작하면서 산업혁명 시기에 들어서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티 브레이크(Tea break)를 시행하게 됩니다. 노동자의 휴게시간이 어쩌면 영국의 차문화입니다. 화려한 볼거리가 마음을 설레게 하는 애프터눈 티는 심심해서 먹는다는 표현이 무색할만큼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보통 3단 트레이에 나오는데 저걸 먹고 저녁을 또 먹을 생각을 하는 것이 이상합니다.

보통 아랫 단부터 드시라고 권합니다. 하지만 꼭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아랫 단에는 간단한 샌드위치, 중간은 스콘, 가장 위에는 달콤한 디저트가 올라갑니다. 크기와 순서 또는 달콤한 순서로 놓았다고 말해도 상관 없습니다.

왜 하나씩 하나씩 서빙하지 않고 한번에 나오는가 궁금하지요? 산업혁명 이후 도시로 노동자들이 단체 이주에 가깝게 빠져나가면서 하녀 수급에 문제가 있었답니다. 그래서 한 번에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 3단 트레이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예뻐서 인력 수급 상황이 나아진 후에도 유지되었습니다.

특급 호텔에서는 앞다퉈 애프터눈 티를 화려하게 꾸미게 되는데요. 경쟁이 붙다 보니 소비자는 더욱 재미있어졌습니다. 영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한 번 즐겨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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