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뽕’은 뭔가에 홀리게 하는 강한 힘을 의미하는 속어다. 대표 마약인 필로폰을 일본어 발음으로 ‘히로뽕’이라 하는 데서 기원을 찾는다. ‘~뽕’은 마약 같은 환각성 또는 중독성에 빠져든 상황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뭔가에 깊이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갈 때 ‘~뽕에 빠졌다’고 표현한다. 환각과 중독에 빠지면 이성적 판단을 못 하는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인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러니 빠져들기 전에 경계를 늦추지 말고,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마약의 환각성과 중독성이 무서운 것은 일정 단계까지 이르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엔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깊이 빠져들게 되고 중독 단계에 이르면 백약이 무효다. 그러니 처음부터 경계심을 갖고 단호하게 차단해야 한다. 세상엔 마약처럼 한번 빠져들면 헤쳐나올 수 없는 일이 허다하다. 권력자를 향한 아부와 아첨도 사례 중 일부다. 아부와 아첨의 달콤함에 한 번 빠져들면 스스로 헤쳐나올 수 없다. 그러니 처음부터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것이 상책이다.

‘공무원뽕’이란 공무원이 베푸는 과장된 조아림에 빠져 기관장이 헤어날 수 없는 지경을 이르는 것이다. 공무원이 행하는 과잉 조아림의 대상은 상급자, 부서장, 지휘관 등이다. 특히 지휘관인 기관장에 대해 의전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공무원들의 예우는 상상을 초월한다. 공무원은 인사와 승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칠 힘을 가진 이에게 하염없이 조아리고 복종한다. 오랜 세월 공직자로 생활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나중에 자신도 모르게 극심한 아부가 습관이 된다. 그 아부는 마약처럼 상대를 피폐하게 만든다.

얼마 전 지방선거를 통해 목민관이 가려졌다. 재선·삼선의 관문을 통과한 이도 있고, 초선의 문턱을 넘어선 이도 있다. 재선이나 삼선이라면 모를까 초선의 경우 모든 것이 어리둥절할 것이다. 특히 지금껏 어디서도 받아보지 못한 극진한 예우를 받으며 자신이 기관장이 됐음을 실감할 것이다. 그러나 초기부터 과도한 예우를 절제하지 못하고 걷어내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환각에 점차 빠져들고 결국에 공무원뽕 중독자가 되고 말 것이니 경계해야 한다.

공무원뽕에 중독되면 누군가 앞에서 조아리고 굽신거리지 않으면 서운하고 허전함을 느끼는 지경에 이른다. 이 단계에 이르면 회복 불능 상태다. 초선 때는 어색하고 불편해하다가도 재선쯤 되면 공무원뽕을 안 맞으면 허전해서 못 견디는 지경이 된다. 누군가 앞에서 굽신거리고 조아리지 않을 때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이 생긴다면 공무원뽕에 중독됐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경계심을 갖고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탓이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이미 뽕 중독 증세가 시작된 것이다.

마약에 빠져들지 않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처음부터 경계심을 갖고 손을 대지 않으면 된다. 최근 취임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자신의 차 문을 열어주는 황제 의전을 절대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황제 의전을 통해 자신이 공무원뽕에 빠져드는 일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직 40대인 한 장관은 각종 황제 의전을 스스로 경계하는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공무원뽕의 중독성과 환각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적어도 뽕에 취해 실수를 저지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의 불행은 공무원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눈짓, 턱짓만 해도 안 되는 일이 없는 무소불위의 힘을 경험한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공무원뽕에 중독됐고, 나중에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이 목민관이란 사실을 잊고, 제왕으로 착각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인성이 나빠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기보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뽕에 빠져 환각 상태에서 비이성적 일을 저지르는 것으로 보인다.

무탈하게 임기를 마치고 싶다면 공무원뽕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자신이 제왕이란 착각에 빠져들면 안 된다. 부지불식간에 빠져드는 마약의 달콤함에 빠져들면 결과는 파멸뿐이다. 특히 재선이나 삼선의 관문을 통과한 목민관은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 정도 공무원뽕에 취해있기 때문이다. 황제 의전의 낡은 구습을 과감히 벗어 던져야 조직이 건강해지고, 목민관은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다. 마약은 처음부터 손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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