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실효성 낮아 점진적 폐지” 제시
동반위 “중소업체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지역업체 “적합업종시장 몰이해로 인한 분석”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점진 폐지해야 한다고 제시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도 유감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일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KDI 정책포럼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방향’을 발표한 가운데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중소기업 보호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는지 분석했다.

그는 “적합업종제도는 사업체의 퇴출 확률을 낮춰 사업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했지만 중소기업의 성과 혹은 경쟁력 제고에는 한계를 보였다”고 밝히며, 되레 중소기업 경쟁력의 한계를 불러온 데다가 대기업의 생산성과 고용활동은 위축시킨 만큼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발 제언이라서 파장은 컸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심의·지정하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이런 최소한의 보호마저도 산업경쟁력이라는 미명 아래 포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동반위는 심심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2011년 도입됐다. 선정되면 3년간 대기업의 관련 업종·품목 사업 진출 자제 등이 권고되며, 1회 연장을 통해 최대 6년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지난 2018년까지 적합업종 전체품목 출하액 중 대기업 비중이 1.2%서 0.5%로 떨어져 언뜻 제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으나 중소기업 비중 역시 7.9%서 7.6%로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음을 강조했다. 적합업종의 부가가치와 종사자 수도 각각 10%, 10.9% 감소했다는 것이다.

대전·충남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적합업종은 시장이 크지 않고 여러 업체에 고루 분배된 특징이 있다. 대기업까지 무분별하게 들어올 경우 기존 중소업체들이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어 적합업종 지정이 이뤄졌다. 그런데 대기업 비중이 떨어졌다고 중소기업 비중이 늘어야 한다는 계산은 적합업종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석이다”라며 “동반위가 지적했듯 지금까지 지정됐던 111개 업종·품목 중 순차적인 해제가 이뤄져 현재 3개 업종만 운영되는 터에 오히려 재지정이 필요하다”고 반론했다.

적합업종품목은 간장·고추장·전통떡·두부 등 식품, 서적·자전거 소매, 재생타이어·절연전선 등 제조를 비롯한 다양한 기반 품목이 지정돼왔다. 그만큼 국민편의와 중소업체 보호를 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져왔다. 최근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거대플랫폼의 전화콜 확대 등을 놓고 갈등이 확산됐다.

대전 중고차 중소매매상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생겨서 편리해졌다지만 골목상권이 무너져 사장이었던 지역민들이 대기업 직원으로 흡수되는 현상이 가속화됐다”며 “지역민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벗어나 지역경제 주체로서 적합업종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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