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고베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시티투어는 고베항의 하버랜드 앞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시티투어 버스는 차이나타운인 난킨마치(南京町)~시립박물관~기타노자카(北野坂)~기타노이진칸~JR 신고베역~JR 산노미야역과 지하철 산노미야역~고베시청~하버 랜드를 순환하는데, 약 65분 소요된다. 고베 시티 루프(Kobe City LOOP)라고 하는 시티투어는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오후 7시까지 연장하여 운행하며, 요금은 260엔이다. 승차권은 시내 곳곳의 관광안내소나 시티투어에 탄 뒤 버스 기사에게 직접 낼 수도 있으며, 시티투어 버스에 승차하여 가이드가 해설해주는 곳곳의 유명 관광지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일어로만 설명하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관광지마다 내려서 둘러본 뒤 다음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또 다른 관광지를 둘러보는 등 몇 차례씩 하차와 승차를 할 수 있는 1일권 버스표는 660엔이다.

고베항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인 기타노이진칸을 둘러본 뒤 가파른 산길을 걸어서 내려가는 것이 귀찮고, 또 시내 구경도 하려고 기타노이진칸 시티투어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그리고 난킨마치에서 내려서 뒤 차이나타운을 둘러본 뒤, 시티투어 종점인 고베항도 둘렀다.
고베항은 요코하마, 규슈 하카다와 함께 일본의 3대 항구 중 하나로서 2019년 한일 무역 갈등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인천과 부산에서 후쿠오카는 물론, 시모노세키와 고베까지 정기 여객선이 운행되었지만, 지금은 끊긴 상태다. 고베항 옆에 있는 고베 포트 타워(Kobe Port Tower)는 모래시계처럼 중간 부분이 잘록한 독특한 형상으로 고베의 랜드 마크다. 1963년에 세계 최초로 파이프 구조로 지은 고베 포트 타워는 '철탑의 미녀(鉄塔の美女)’라는 별명이 있다.

일본에서 최초로 야간조명으로 장식된 건축물로도 유명한 포트 타워의 108m 전망대에 올라가면, 고베의 해안 절경을 볼 수 있다. 입장료는 700엔이지만, 그 옆의 고베 해양박물관까지 관람한다면 1,000엔이다. 고베항 부근에 화려한 쇼핑 타운인 하버랜드는 상점, 영화관, 음식점 등 복합상업시설과 대관람차가 있는데, 이곳에서부터 롯코 아일랜드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야경은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중국인들은 세계 어느 도시건 없는 곳이 없다고 할 만큼 곳곳에 살고 있는데, 고베항 길 건너에도 차이나타운 난킨마치(南京町)가 있다. 난킨마치는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 나가사키의 신지중화가와 함께 ‘일본의 3대 차이나타운’ 중 하나다.(차이나타운은 2021. 12. 1. 나가사키 데지마와 신지중화가 참조)
차이나타운 입구에는 패루(牌樓)라고 하는 중국인 특유의 아치형 홍살문이 있는데, 패루가 흰색 바탕에 청색 지붕을 한 경우에는 한족 마을을 의미하고, 온통 붉은색 빛의 패루는 만주족(청)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한족 마을의 패루는 대만의 장개석 기념관과 손문 기념관에서 볼 수 있고, 붉은색 패루는 베트남 호이안의 광조회관에서 볼 수 있다. 고베의 난킨마치의 패루는 붉은빛에다가 장안문(長安門)이라는 현판이 붙어있고, 붉은색 기둥에 중국 황궁을 상징하는 금색 지붕으로 만든 팔각정 네거리가 중심이다. 팔각정에는 전통 중국옷을 입은 남녀 두 어린이 마네킹을 세워두었는데, 이곳은 외국인들에게 포토존이 되고 있다.

고베 난킨마치도 다른 지역의 차이나타운과 마찬가지로 가게며 광고들까지 온통 붉은 빛깔 천지인데, 예전에는 밀수품 거래 소굴로 유명했다가 지금은 다양한 먹거리 시장으로 유명하다. 고베에서는 특산물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고베 와규(神戶和牛: わぎゅう)도 맛보고 길거리 음식도 먹었다. 일본은 개화기 때 일본 재래종 소와 외국 소를 교잡하여 고기 맛이 일품이라고 하는 신품종을 만들어냈는데, 일본을 뜻하는 ‘야마도(大和)’에서 ‘화(和)’ 자와 소 ‘우(牛)’자로 ‘일본 소’라는 와규는 일본의 신조어로서 고유명사가 되었다.
그렇지만, 일본 물가를 고려하더라도 길거리 음식값조차 만만치 않다. 난전과 같은 난킨마치 옆에는 평범한 슬래브 건물에 지붕을 아치형 아케이드로 하여 산듯하고 전천후로 장사를 할 수 있는 상가가 있어서 난킨마치와 좋은 대비가 되었다. 이곳 아케이드에서도 울긋불긋한 광고를 하지 않고 물건을 파는 화교상들이 압도적이지만, 이곳에서는 장난감 등 선물용품이 많이 팔고 있다.

고베에서 오사카로 돌아올 적에는 난킨마치에서 가까운 JR 신고베역에서 기차를 탔다. JR 산노미야역과 JR 신고베역의 차이점이라면, 신고베역은 일반열차는 정차하지 않고 오직 신칸센 열차만 정차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