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안지구 일부 자전거도로 주차장 전락
시·자치구 단속 등 대책 내놓곤 있지만
상인 반발에 난관… “곧 대책 세울 것”

대전 서구 도안지구 내 한 자전거도로가 주·정차한 차량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자전거도로를 정상화하기 위해 자치구는 단속을 펼치는 한편 대전시는 경계석을 설치해 불법 주·정차를 막으려고 하지만 주변 상인의 반발이 심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방안 모두 장·단점이 뚜렷해 자치단체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유명무실
6일 찾은 서구 도안지구 내 한 자전거도로. 차로와 자전거도로를 구분 짓는 경계석이 설치됐지만 자전거도로에 주·정차된 차량으로 인해 자전거도로는 정상적인 이용이 불가능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이 지역 상당수 자전거도로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자전거를 애용하는 대전시민 A 씨는 “자전거도로와 차로가 분명히 구분됐는데 주·정차된 차량으로 인해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가 없다. 자전거도로를 두고 인도를 이용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도로교통법 제32조에 따르면 교차로·횡단보도·건널목이나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의 보도에 주차는 금지다. 자전거도로는 도로교통법 제32조에서 명시된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 속하기 때문에 자전거도로에서의 주·정차는 단속 대상이다. 자치단체가 충분히 단속을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데도 이곳에서의 불법 주·정차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주·정차된 차량 대부분은 인근 상가에서 잠시 볼일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차량이 빠지고 나면 다른 차량이 자전거도로에 주·정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 관계자는 “10~20분 주차한 차량을 단속하면 ‘야박하고 각박하다’란 민원이 빗발친다. 30분 정도 주차된 차량에 한해 CCTV로 단속을 하지만 보통 10분 정도 주차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다른 차량이 주차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딜레마
자전거도로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자 시는 경계석을 설치했는데 주차를 강행하는 차량으로 금세 파손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된 자전거도로의 취지를 살리고 법에 근거해 불법 주·정차를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럴 경우 주변 상인의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단속이 이뤄지면 주·정차에 불편함을 느낀 시민은 상가를 이용하지 않게 돼 생계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상인 B 씨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건 공감하지만 주·정차를 원천적으로 막으면 상인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 자치단체가 현명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 해법은
이 같은 문제는 도안지구 도시개발 계획을 수립할 당시 자전거도로 내 불법 주·정차 등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두 가지 방안을 해결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차로 바로 옆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를 인도에 설치하고 현재의 자전거도로를 주차면적으로 활용하는 방편인데 이는 상인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자전거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른 방안은 차로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설치된 경계석을 더욱 높이자는 것인데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자전거 이용자는 물론 궁극적으로 보행자 안전도 확보할 수 있어 보행자 우선을 추구하는 시의 교통안전정책 기조와도 맞물린다. 그러나 인근 상인의 불만을 잠재우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수석위원은 “자전거도로를 인도에 설치하는 방안과 경계석을 높이는 방안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시민안전을 최우선으로 둔다면 자전거도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불법 주·정차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문제로 가장 골머리를 앓는 시는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자전거도로 정비 방안 수립 용역 등을 마친 이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 해법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자전거도로에 대해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는 만큼 이를 풀기 위해 조심스럽게 해결책을 마련하겠다. 자전거 이용자는 물론 상인, 상가를 이용하려는 운전자 모두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