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 생긴 일거리인데 지역 기업 소외
이장우 시장도 우려…市 “대책 마련할 것”

수도권 기업과의 입찰 경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대전지역 기업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수도권 급식업체 등이 지역 공공기관 입찰 경쟁에서 지역 기업을 압도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지역의 기업은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없을뿐더러 역외 유출 우려까지 생길 수밖에 없다. 지역의 기업이 적어도 자본력을 앞세운 수도권 기업과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 마련이 절실하다.

대전지역 A 급식업체가 입수한 ‘군부대 사병식당 민간위탁급식 이관에 따른 현황과 문제점’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논산육군훈련소 등 충청권 일부 군부대는 사병식당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군부대는 관련 입찰을 진행했고 주요 수도권 소재 기업들이 운영권을 가져갔다. 지역 기업이 제출했던 금액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적어 입찰에 성공했는데 이는 지역 기업보다 자본력이 강력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역 기업은 입찰에서 사실상 들러리를 서고 만 셈이다.

A 급식업체 관계자는 “군부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등도 급식을 민간위탁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지역 기업은 이들의 상대가 전혀 되지 못한다. 강력한 자본력을 앞세우기 때문에 체급을 맞춰 경쟁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도권 기업의 독식 현상은 지역 산업계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현장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건설현장의 경우 일종의 카르텔처럼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경우가 적잖다.

가령 대규모 건설현장의 A 건설사가 특정 자재를 필요로 하면 A 건설사의 협력업체가 미리 해당 자재를 확보하고 이를 특정 가격으로 사들이거나 예약을 한다. 이른바 락(Lock)을 거는 것이다.

자금력이 부족하고 정보력마저 부족한 지역 기업은 아무리 시장조사를 해도 해당 자재를 구하기 어렵고 구하더라도 협력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가 없다.

이 같은 문제에 이장우 대전시장이 칼을 빼 들었다. 지역 기업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면서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지난 7월 확대간부회의에서 “다른 지역 기업이 대전에서 일감을 수주하면 자사의 협력업체와만 함께 일한다. 막상 지역 기업이 일감을 가져가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다”라며 지역 기업 보호 장치를 주문했다.

시민사회에서도 수도권 기업의 일감 독식 현상은 균형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광진 대전경제실천연합 기획위원장은 “지역 기업의 가장 큰 거래처는 공공기관이다. 이들과 거래해야만 성장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지역경제까지 활성화가 될 수 있다.

자운대 근무지원단은 지역 기업이면 가점을 주고 있는데 이 같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운대 근무지원단은 입찰 신청자격 조건 중 하나로 ‘법인등기부상 본점이 해당년도 관리위탁의 납품지가 소재하는 대전, 세종, 충남 등에 위치한 사업자여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충청권에 위치한 만큼 충청권 기업과 상생하겠단 뜻이다.

시는 지역 기업의 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적어도 수도권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단 것이다.

시 관계자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일감을 지역 기업이 수주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말했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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