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매출 1·2위 ‘대전 LX세미콘·청주 어보브반도체’ 수혜 예고
삼성발 팹리스 생태계 육성시 협력에 따른 선도지역 도약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 인수 후 7년 만에 대형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컨소시엄을 통한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로, 팹리스(설계전문) 역량을 확보함과 동시에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력까지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이로써 국내 팹리스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충청권 팹리스업체에 수혜가 찾아올 전망이다.
지난해 메모리 시장 중 D램 규모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961억 달러로, 삼성·SK하이닉스가 전체 매출의 72.3%를 점유했다. 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올해 1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솔리다임이 시장 점유율의 53.3%를 차지했다. 다만 한국의 강세인 메모리 시장(26%)보다 3배(73%) 가까이 큰 비메모리(CPU·GPU·AP 등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국내업체가 3% 점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대표 반도체기업 삼성전자가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나, 글로벌기업들의 비메모리 반도체 주문을 의식한 나머지 시스템반도체를 키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파운드리 점유율은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세운 대만의 ‘TSMC’로 쏠리는 형국이며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초고성능컴퓨팅(HPC) 등의 등장으로 팹리스 기업들의 매출 성장이 빠르고 올라오고 있어 삼성으로서도 결단이 필요했다.
이에 삼성은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2019년 발표하고,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시중에 나온 모바일 AP의 90% 이상이 ARM 설계 기반인 데다가 지난해 매출만 27억 달러라서 모바일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확보하고 파운드리 매출도 덤으로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인수 금액만 100조 원으로 잠정 책정됐고, 삼성이 독자적으로 인수 시 시장 견제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SK하이닉스·인텔·퀄컴과 함께 공룡 컨소시엄을 구성에 지분 확보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팹리스에는 단비가 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 1위(1조 1842억 원) ‘LX세미콘(대전)’과 2위(1192억 원) ‘어보브반도체(청주)’가 모두 충청권에 포진돼 삼성의 ‘ARM 인수’에 따라 이들 업체들과의 투자·협력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LX세미콘은 삼성과 디스플레이 구동칩 시장의 경쟁 상대이자 잠재적 협력사이고, 어보브반도체는 삼성에 가전제품용 MCU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삼성발 팹리스 생태계가 확대할 시 충청권이 팹리스의 선도지역으로 거듭날 길이 열렸다”라며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닌 만큼 지역 대표산업으로 키워내려는 노력이 추가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