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경 충남농업기술원 친환경농업연구센터 지방농업연구관

인류가 농사를 짓게 된 후 작물에 발생하는 병해충은 때로는 세계의 역사를 바뀌게 할 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감자를 주식으로 먹던 아일랜드에서는 기후변화로 감자역병이 번지면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어 죽는 대재앙이 발생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와 새로운 전염병의 확대는 식량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후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지난 106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이 약 1.8℃ 상승하여 전 지구 기온 상승폭인 0.85℃보다 빠른 온난화 속도를 보였다.

스위스 리 연구소의 기후경제지수에 따르면 세계 경제선진국 48개국 중 한국은 24번째로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이미 국지성 호우 등으로 피해를 본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이 2020년 기준 1조 192억 원으로 2015년보다 20배 가까이 늘었다.

이상고온과 잦은 비는 배추의 세균성 무름병을 확산시켜 배추 값을 급등시켰으며 작년 벼 출수기 때에는 일부 지역의 잦은 강우와 야간 저온으로 인해 이삭도열병 발생이 증가,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5∼8% 급감함으로써 농업재해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이렇듯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전염병의 위험성은 커지고 있는 경향이다. 특히 국제화, 교통, 교역의 발달과 재배작목의 다양화는 모순적으로 새로운 병해충의 유입과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강우는 식물 병원균의 공기 중 확산을 촉진하고, 온난화는 봄철 병원균이 더 일찍 활동하도록 하는 등 기후변화가 식물병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충남지역 농경지에서도 이상기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병해충 관련한 각종 민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한 새로운 병해충에 대한 발생정보, 진단방법 및 방제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상기후에 대한 작물 병해충의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주요 병에 대한 저항성 품종을 선발하여 병 방제에 활용해야 한다. 벼 도열병, 고추 탄저병 등에 대한 저항성 품종을 육성하면 근본적인 병 방제가 가능하다. 충남농업기술원에서도 딸기, 토마토, 구기자 등 특화작목의 병해 저항성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둘째 관행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병해충 예찰과 대응이 중요하다. 국제무역의 발달과 아열대 신소득 작목의 재배 확대로 외래 병해충이 유입되어 확산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제 대책도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농작물 병해충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병해충 확산 위험 예측모델 연구를 진전시켜 농가 현장에서 방제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적기에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농업환경의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와 공공부문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고 농업생태계를 보호하며, 국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농업정책 및 환경친화적인 농업연구가 확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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