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엔저 일본이 미국채 1위 보유’ 변수 작용
일본이 환율방어 위해 미국채 팔수록 美금융도산
인상 멈춰도 고금리 장기화와 대외변수 주시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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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도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본발 미국채 위기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쉽사리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신호가 읽히고 있다. 충청경제도 내년 초에는 기준금리발 위기가 걷힐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 연말까지 한국 기준금리 추가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 6·7·9월에 이어 4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4.00% 수준에 당도했다. 이로써 한국 기준금리 3.00%와 1%포인트나 벌어지게 됐다. 국내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절하에 따르는 수입액 증가를 막기 위해서도 현 기준금리를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내달 미국은 기준금리를 추가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2%, 전월보다 0.4% 상승하는 등 고물가 기세가 여전해서다. 파월 의장은 “(내달)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해 미국 기준금리가 최소 4.5% 이상까지 오를 것임을 시사했다. 즉, 국내 기준금리도 차이를 좁히기 위한 추가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 ‘기준금리 속도조절론’ 강화
지난 9월 FOMC를 앞둔 ‘블랙아웃‘ 하루 전 연준 이사들의 연설은 크게 주목받았다. FOMC 일주일 전부터 연준 위원들이 대외메시지를 전파하지 않는 기간을 블랙아웃이라고 말하는데, 당시 강경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브레이너드 이사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른바 속도조절론을 꺼낸 것이다.

속도조절론은 10월 들어서 더욱 강화됐다. 비둘기파인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한 연설에서 “정책금리 인상을 늦추는 것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준 내 입김이 강한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어느 지점까지 정책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장단점을 함께 봐야 한다. 다른 나라의 정책에 파급효과를 미쳐 금융 안정성을 취약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미국채 파는 일본 ‘그만 올리라는 신호’
지난달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 국채시장의 얇은 유동성 문제를 지적했다. 3일 기준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85%로, 2·3·5년물 금리보다 낮다. 보통 국채 금리가 높을수록 국채가 헐값에 팔리고 있다는 것인데, 2년물이 2.28%로 가장 헐값이다. 30년물은 1.12%다. 즉,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일본이 있다. 일본은 -0.10% 기준금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세계 2위 수준인 GDP 대비 263%에 달하는 부채 때문이다.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일본 국채의 절반을 쥐고 있는 일본은행의 보유자산 가치가 떨어져 금융이 무너진다. 보통 경제학계에서는 금융위기, 인플레이션, 경기 순으로 중요성을 우선해왔다.

일본은 미국채를 팔아 엔화를 사들임으로써 우회적 긴축에 나서고 있다. 이는 외화보유액(미국채 포함)이 9월 말 기준으로 1조 2380억 달러(세계 1위)이기에 가능했다.

대전의 경제학과 A 교수는 “미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는 것은 일본이 미국채를 계속 팔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미국이 달러 강세를 이어가겠다면 미국채를 헐값으로 만들어 미국채와 연동된 금융상품까지 무너뜨리겠다는 경고다”라며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혈안이 됐어도 금융 붕괴를 막는 것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함께 죽자는 일본 때문에라도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위상을 높이려는 세계 1위 외환보유국 중국이 일본과 함께한다면 미국 금융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보고 있다.

#. 4.0%대 금리 지속 대비해야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내년에 버리더라도 위기는 지속된다. 원화 절하를 막아 수입액 부담을 줄이고 국내 투자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미 간 금리 격차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4.0%대 중·후반까지 올릴 경우 한국도 발맞출 확률이 높다. 또한 제국 간의 무역분쟁 시에는 교역이 막혀 원자잿값 인상 기조가 계속되는 만큼 고금리가 유지되는 것은 이미 역사적 사실로 드러났다. 

A 교수는 “충청경제가 출구를 열려면 국내 GDP의 30%,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제조업 경기가 풀려야 한다. 그러자면 적정한 원·달러 환율이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안정되는 것은 필수다. 또 미·중 무역분쟁 강화와 중국의 대만 침략 가능성, 북한의 도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대외변수가 강력한 만큼 수입액을 낮추기 위한 교역 다변화와 핵심품목의 자국화를 병행해야 한다”며 “그래야 안정적인 수출 달러로 위축된 충청 내수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학계에서는 고금리 장기화 예측이 지나칠 경우 기업·주식·부동산 투자 하락과 소비 위축이 과도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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