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호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세종충남본부 처장

졸음운전은 생명을 위협하는 눈 먼 비행과 같습니다. 단 몇 초의 의식불명이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졸음운전이 의심되는 후미추돌사고에 의한 사상자수(5만 7802명)는 전체(29만 4524명)의 19.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높은 속도로 차로를 이탈하거나 또는 전방차량을 들이받거나 도로점용공사장을 돌진한 치명적인 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의 피로에 의한 순간졸음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2019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생활주기를 반영한 화물버스 운수종사자의 졸음운전 영향요인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운수종사자의 52.3%가 졸음운전 경험을 갖고 있었고 업무 종사 경력이 높아질수록 졸음운전 경험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졸음운전이 졸음운전 사고로 이어진 경우는 14.2%이었고 졸음이 시작되어 사고에 이르기까지 지속한 운행시간은 1시간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운전 중 졸음이 올 때 대처 방안을 물어봤더니 창문을 열어 환기하거나 에어컨을 세게 돌리는 방식이 가장 많이 언급됐고 다음으로 음식 또는 음료(커피)를 섭취하거나 전화통화 또는 라디오 청취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졸음운전 경험 시 미정차 이유에서는 정해진 시간까지 또는 최대한 빨리 도착해야 하는 시간적 압박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휴식을 위한 쉼터를 찾지 못해서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졸음운전 사고 발생 1시간 전에 나타나는 생리·심리적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눈이 따갑고 눈꺼풀이 무겁거나, 하품이 자주 나고 시야가 흐릿하거나, 차선유지가 어렵고 도로가 좁게 보이거나, 시선이 차도에 경직돼 분기점이나 출구를 놓치거나,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전조가 나타나면 15분의 쪽잠(power nap)을 취하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장거리 화물종사자의 경우 적재하역, 상하차대기, 지정체 등을 고려하면 많게는 15시간 이상을 운행하기에 중간에 쪽잠을 챙기지 않는다면 0.05% 내지 0.1% 혈중알코올 섭취 상태에 버금가는 피로상태로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2019년에 유럽연합은 2024년부터 모든 신차에 졸음운전경고장치(DDAW)를 의무장착 하도록 조치했습니다만 졸음운전경고장치가 운전자의 주의력에 의한 자기관찰을 결코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운수종사자가 어디서 쪽잠을 챙길지, 언제 운전자를 교대할 지 등 운행휴식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도록 화주기업, 물류기업, 유통기업,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면 안타까운 누군가의 이름 모를 한 가장의 죽음을 멈출 수도 있고 건강한 상생물류의 시발점을 제공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