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희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장

딸기는 전국적으로 연간 생산액이 1조 3000억 원이나 되는 중요 작물이다. 쌀이나 축산을 제외하고는 과수, 채소 그 어느 작목보다도 생산액 규모가 가장 크다. 그리고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품종이 주를 이루어 로열티 문제나 수출시장 개척에 애로가 많았지만 이제는 충청남도 딸기연구소의 품종육성 노력으로 종자 국산화도 완전히 이루어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종자독립을 이루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우량묘 공급 체인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줄기를 통해 영양번식한 묘를 쓰는 딸기의 특성상 육묘기에 병에 감염되어 있어도 묘를 구입할 당시에는 그것을 알 수 없고 정식 후 재배단계에서 병 발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눈에 보이지 않는 묘소질에 대한 신뢰가 다른 어떤 품목보다 중요하고 또한 수량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육묘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농식품부도 그동안 딸기전문육묘장을 육성해왔고 최근에는 각 도 농업기술원에 원묘증식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딸기농가에서는 여전히 병에 전염이 안되고 튼실한 우량묘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바람이 매우 크다. 원래는 딸기전문육묘장이 이러한 역할을 해주어야하고 또 그것을 기대하여 정부에서도 육묘장 설립 지원을 해주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딸기육묘장에서는 딸기 재배과정보다 더욱 민감하고 세심하게 묘를 관리해야 우량묘를 생산해 낼 수 있지만 묘를 길러서 파는 것이 딸기 생산 농가보다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 못하다 보니 육묘과정에 전문가를 고용한다거나 더욱 세심하게 육묘관리를 해야겠다는 의욕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묘의 소질이 농가에서 바라는 만큼 높아지기 어렵고 그러한 묘를 사다 쓰는 농가 입장에서는 판매하는 딸기묘 품질에 대한 불신이 생기게 되어 육묘기술이 있는 농가에서는 힘들더라도 자체적으로 묘를 길러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게 된다.
딸기 우량묘 공급체인이 잘 형성되기 위해서는 원원묘, 원묘의 공급망 뿐 아니라 ‘육묘장 우량묘생산→신뢰확보→고가격 판매→육묘장 수익성 개선→전문인력 투입→우량묘 생산’의 딸기묘 유통 선순환 고리가 반드시 형성되어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이러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농가에서는 신뢰성 낮은 묘에 고가격을 지불하고자 할 리가 없고, 육묘장 입장에서는 수익성도 높지 않은데 몇 년 동안 신뢰확보를 위해 고비용을 들여 우량묘를 생산해야겠다는 의욕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육묘산업의 선순화 구조를 통한 딸기산업의 재도약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다. 정부 정책지원 사업을 통해서 육묘장의 수익성 개선에 마중물이 되어주되 예전의 지원 사업처럼 육묘온실을 지어주는 하드웨어 부분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지원내용에 3년 정도는 전문가고용 비용, 컨설팅 비용 등 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지원을 사업내용에 포함시켰으면 한다. 대신 육묘장에서 판매하는 딸기묘에 대해서는 바이러스검정 등 최소한의 품질기준 조건을 의무화하고 딸기묘도 일반 씨앗처럼 브랜드화를 통하여 육묘장의 브랜드를 달고 품질 좋은 우량묘는 그만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육묘 유통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부, 육묘장, 딸기재배농가의 이러한 노력이 잘 이루어진다면 몇 년 내에 바로는 아니겠지만 우량묘 생산을 통한 육묘장 수익성 개선과 우량묘 사용을 통한 딸기농가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고 딸기산업의 재도약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