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영향 제한적…급매물은 줄어들 것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싸움 치열

▲ 대전 아파트 전경. 금강일보 DB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시장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올해 대전과 세종 등 충청권 지역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치의 하락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주택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 국민 부담은 줄었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매매시장에 나오는 급매물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면서 호가를 올리려는 매수자와 낮은 가격에 급매를 잡으려는 매수자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내다봤다.

23일 국토교통부가 전날 발표한 2023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는 전년 대비 18.61% 하락했다. 지난해 공시가가 17.20%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2021년 수준으로 환원됐다. 특히 대전(-21.54%)과 세종(-30.68%)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전국 5위와 2위의 하락폭을 각각 기록했다. 공시가격 중위값 역시 지난해 대비 대전은 3200만 원 하락한 2억 200만 원, 세종은 1억 3400만 원 하락한 2억 7100만 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는 공시가격 인하로 재산세와 보유세 등 주택 보유비용이 감소하면서 시장 연착륙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실수요자들의 주택 보유 부담과 1주택 교체수요의 시장 진입문턱을 낮추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 부담이 덜어졌다는 점에서 ‘똘똘한 한 채’나 상급지(중심지) 위주의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나는 등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다만, 임대차 시장에서는 다소 혼선이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조절되고 있지만 경기둔화 우려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미분양 순증 등 주택시장의 각종 지표 회복이 불확실하다. 주택 거래량 평년 회복 등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주택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이 낮아지며 급하게 처분하지 않고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게 중론이다. 금리 인상폭은 둔화됐으나 집값 고점인식에 따른 관망세가 여전해 거래량이 평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대내외 거시경제 불안정성이 높은 만큼 주택 구매력이 저하 된 점도 난제로 지목된다.

정재호 목원대학교 부동산금융보험융합학과 교수는 “현 정부에서 집값을 잡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양한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현실을 반영한 가격들이 책정되면서 과거의 가격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매수자 우위의 시장인데 앞으로는 분명히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매도자는 좋은 가격에 판매를 하려고 기다릴테고 매수자들은 알맞은 가격에 매매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택 가격 지표가 상승 전환되거나 시장이 반전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다주택자들이 가격이 하락할 때 증여 또는 보유 전략으로 가는 양면 전략을 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고 자연스럽게 바닥 다지기(최저점)에 들어갈 조건이 마련됐다고 보면 되기 때문이다.

대전 둔산동의 한 공인중개사 A 씨는 “보유세 절감 효과가 나타나면서 매도자들의 기다림의 시간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전 정부에서는 세금에 부담감으로 인해 급매물들이 출현했었지만, 공시가 현실화로 인해 세금에 대한 부담감이 적어지면서 버티기에 충분하다는 인식이 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고가주택에 대한 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상급지 위주의 갈아타기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A 씨는 “고가주택 밀집지역에서는 부부공동명의를 통한 ‘똘똘한 한 채’ 흐름이 유지될 수 있다. 특히 추후 거래량이 회복세로 돌아서게 되면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부담으로 주택 수를 줄이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수요자들은 세금이 완화된 만큼 자녀들의 학교 등을 고려한 ‘대장’아파트를 노릴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고 관측했다.

임대차 시장에는 다소 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전세 보증 문턱을 높였는데 공시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오는 5월부터 국토교통부는 HUG의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하향된다. 앞서 보증가입 기준을 공시가의 최대 150%에서 140%로 하향했다. 즉, 시세 산정이 어려운 빌라 등은 주로 공시가격을 통해 보증 한도를 결정하는 주택형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비율을 기반으로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만큼 향후 어떻게 조정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재산세 가액비율을 60%→45%로, 종부세는 95%→60%로 인하한 바 있다.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고려해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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