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겸 연극배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독립운동가이자 역사가 신채호 선생의 말이라고도 하고, 윈스턴 처칠의 명언이라고도 하나 출처는 불분명하다.

지난 3월 5일 2023년 32회 대전연극제에서는 극단 새벽의 연극‘산책: 신채호의 삶과 사랑이야기’가 대상을 차지하였다. 한선덕 연출가는 “수상의 기쁨보다는 대전지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과 역사인물을 왜곡없이 연극적으로 더 잘 만들고 싶다”고 말하였다.

연극은 신채호 선생과 박자혜 여사의 이야기이다. 서로에게 독립의지를 다지며 의지하였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기도 했던 둘의 안타까우면서 비극적인 이별과 그리움, 사랑을 담은 연극이다. 신채호 선생은 독립운동가들과 수시로 부딪치며 너무나 외로운 독립 투쟁을 한다. 한편 극에서 박자혜 또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독립운동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대한제국 황실의 궁녀의 인생에서 산파, 중국최고 의학부 학생, 서울 한 빈민촌에서 죽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삶을 보여주었다.

한선덕 연출가에게 연극을 기획하게 된 의도에 대해 물어 보았다. “어느날 막걸리 집에서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를 일반인 버스기사가 때려죽였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걸 보면서 민족정신에 대해 치열하게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요. 그러다가 불현듯‘민족정신이 똑바로 박혀있는 사람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면 어떨까? 그러면서 신채호 선생님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게 된거죠.”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부끄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일제강점기 책임은 조선 스스로에게 있다.” “일본에 협력하는 것이 독립운동의 정신이다.” 올해 삼일절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은 국민의 귀를 의심하게 하였다.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하는 말 한마디는 대표성을 갖기 때문에 중량감이 다르다.

그러기에 말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대통령의 말은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설득시키고 감동시켜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말을 할 때마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한일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배상청구권 제3자 변제와 지소미아 협정(군사정보보호협정) 원상복귀에 대한 내용 또한 국민들을 분개하게 만들고 있다.

배상의 책임주체가 모호한 제3자 배상이라니, 이는 마치 가해자가 있는데도 그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보상 또한 애매하게 처리하며 그냥 눈 감자는 것과 뭐가 다른가! 여전히 과거사 청산이 되지 않아 한일 간 민족감정이 남아 있는 양국 관계에 대해서도 그저 과거는 과거일 뿐 다 덮고 미래를 위해 쿨하게 가자라는 메시지는 쿨한 게 아니라 어느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인지 헷갈리게끔 한다.

정부는 국익을 위한 외교이며 한일 간의 과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청산되지 않는 과거와 국민을 보듬어 주지 않는 정부를 국민은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역사를 저버린다면 치욕스런 그날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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