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타슈]

대전& [울트라 타슈]
그렇다. 자전거 좀 탄다는 애호가들에겐 하루 100㎞ 라이딩은 '마실' 가는 정도일 뿐이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에겐 도전이다. 그것도 타슈 타고 100㎞라면, 거기다 '저질 엔진'이라면 무모한 도전이다. ‘무모한 도전 전문 크루’ C&K 2명이 또 뭉쳤다. 100㎞ 목표(계획)는 대전 3대 하천과 5개 구를 순회, 포인트 5곳을 찍는 것이다. 엑스포다리에서 출발해 ①국립대전현충원 ②노루벌 ③뿌리공원 ④상소동산림욕장 찍고 ⑤금강로하스대청공원(대청댐 앞)까지 가는 것. 얼추 100㎞가 예상된다. 성공할 수 있을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거사' 날짜는 4월 중순 어느날. 엑스포시민광장에서 결연한 표정으로 만난 C와 K. 둘의 호기로운 100㎞ 도전기를 시작한다.

타슈타고 하루 100㎞ 달린다고?
다들 반신반의… 고개를 저었다
그럴수록 도전의식은 더 커졌다
엔진은 션찮지만 호기롭게 출발
#1. 출발 9:40 AM
아침, 엑스포다리. 흐리다. 예보도 '흐리고 오후 비'다. 다행히 바람은 강하지 않다. 비가 온다면…. 여러 경우의 수를 그려가며 출발한다. 엑스포다리를 건너 엑스포공원 쪽 갑천 자전거도로로 내려선다. 첫 번째 포인트 국립대전현충원을 향해 길을 잡는다. "오버페이스 사양, 좌절 금지, 부상 절대금물." 서로 다짐하며 페달을 밟는다. 국립중앙과학관 앞과 카이스트교 아래를 통과하고 금세 유림공원 앞이다. 갑천과 유성천이 만나고 갈라지는 곳. 유성천을 따라 달린다. 유성구청 앞 둔치 화사한 봄꽃들이 손짓한다. 구암역 인근을 지나 도심을 벗어난 권역에 들어선다. 가파르진 않다. 평지도 아니다.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꾸 진행중인 ㎞ 수치를 확인한다. 덕명네거리 아래를 통과한 뒤 바로 현충원 진입. 휴대폰 앱이 9㎞ 지점 통과를 알려준다. 오전 10시 15분.

현충원 들어갈 때마다 느끼는 고마움, 정문 경비를 맡은 분들이 항상 진중하게 인사해 주신다. 거수경례를 받을 땐 기분이 참 좋다. 예전 엄숙했던 현충원 분위기는 상당히 많이 유연해졌다. 열린 현충원, 밝은 현충원, 친근한 호국공원이 됐다. 산책하기도 좋고 자전거 타기도 좋다. 보훈둘레길도 조성돼 있어서 사계절 다른 매력의 휴식을 준다. 현충원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지만 수많은 묘비들 앞에서 묵직해지는 감정은 어쩔 수 없다. 현충문과 현충탑 앞에 서면 더더욱 그렇다. 커다란 태극기가 걸린 홍살문을 지나 타슈는 현충문/현충탑 앞 널따란 현충광장에서 멈춰섰다. 타슈에서 내린 K가 현충탑 쪽으로 올라간다. 사진 찍으러 가나, 했더니 조용히 묵념을 하고 있다. 숙연해진다.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현충원에서 볼 수 있는 이 현충시는 오늘도 강한 여운을 남긴다. 현충원 정문과 멀지 않은 타슈대여소에서 첫번째 반납/재대여를 한다. 노루벌로 향할 차례다.
3대 하천 따라 포인트 5곳 목표
현충원·노루벌·뿌리공원 찍고
상소동산림욕장에서 대청댐까지
해지기 전에 완주하려 하는데…
#2. 화산천→진잠천→갑천
현충원 옆 덕송초등학교 앞을 지난다. 숨 몰아쉬며 수통골 방향 오르막. 자전거전용도로가 아주 잘돼 있다. 오르막이지만 편하다. 수통골 입구에서 도덕봉 사진 한 장 찍고 화산천 천변길로 내려와 달린다. 학하동을 벗어나 화산천에서 진잠천으로 갈아탄다. 곧 대전시립박물관을 만난다. 갑천과 진잠천이 만나는 곳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다. 우회전, 진잠천에서 갑천 자전거도로로 올라선다. 올라서자마자 연둣빛보다 진한 빛깔이 우릴 맞아준다. 시원하다. 눈 속으로 휴식이 들어온다. 초록초록한 갑천길은 축복이다. 조금 더 가면 양쪽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왼쪽은 곧 개통할 다리 공사, 오른쪽은 아파트 공사. 아쉽다. 자연스러움이 자꾸 사라진다. 아파트가 너무 갑천 가까이 왔다. 그 아름다웠던 갑천길의 노을빛을 볼 수 없게 됐다. 아파트들이 다 가리고 있다. 갑천 2블록 아파트 예정지 옆을 지나면 갑천호수공원 예정지가 나온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불어넣는 호수공원의 바람(wish). 아파트 짓기 위해 만드는 호수공원이 아니길. 진정한 생태쉼터로 태어나길. 부디 그 생명의 숨결로 고단한 시민들 품어주고 갑천의 깨끗한 바람 지켜주길.

갑천 3블록 트리풀시티 아파트 지나면 여름옷을 입기 시작한 도안억새숲을 만난다. 물 한 모금 마신다. 25㎞. “와, 벌써 4분의 1 달렸어." 오전 11시 45분, 철거 중인 태봉보 가기 전 징검다리. 아버지와 딸로 보인다. 돌다리 근처에서 족대를 들고 물고기를 잡고 있다. 요즘 도시에선 보기 드문 장면, 그래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어린 시절 족대 들고 놀던 기억과, 이제는 청년이 된 두 아들 어릴 때 대전천 상류와 갑천 상류에서 함께 놀던 기억 한 스푼 머금는다. 가수원동-정림동 권역 진입, 정림동과 가수원동을 잇는 '사랑의 오작교' 들렀다가 남쪽으로 계속 달린다. 갑천과 호남선 철도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가 보인다. 괴곡동 둑방길로 올라서면 남부순환고속도로 아래 조성된 갑천누리길 도심형펌프트랙이 보인다. 오늘도 펌프트랙 도전?… 하려다 지난번에 한 번 혼쭐 난 쫄보아저씨 C는 구경만 한다. 대신 용감한 아저씨 K가 타슈 타고 코스 한 바퀴 휘리릭.

#3. 노루벌과 비밀의 숲
펌프트랙에서 조금만 더 가면 천연기념물이 두 팔 크게 벌리고 마중 나온다. 2013년에 천연기념물 545호로 지정된 괴곡동 느티나무. 약 700년,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되시겠다. 이날 풍성한 잎을 볼 순 없었지만 포스는 명불허전. 느티나무 앞 마루에서 10분 휴식, 다시 달린다. 갑천의 계절 변화는 늘 신비롭다. 안구정화의 힘, 그래서 자전거 산책은 힐링이다. 괴곡동 둑방길은 오늘도 평화롭다. 들꽃 흐드러진 길과 하늘빛 품은 갑천은 맑은 수채화, 그 위로 싱그러운 향기가 훅훅 날아온다. 상보안유원지 지나 노루벌로 향한다. 상보안유원지와 노루벌둔치 중간쯤, 물길 따라 메타세쿼이아가 도열해 있다. 지날 때마다 휴식과 위안을 주는 길. 빛깔도 향기도 여유롭다. 이어진 데크 길 따라 갑천의 바람이 지나간다. 엑스포다리에서 출발한 지 2시간 반 남짓, 32㎞. 두 번째 포인트 노루벌 둔치로 들어선다.
역시나 캠퍼들이 먼저 맞이한다. 사람과 공존하는 자연도 좋지만 유명세(有名稅)는 경계해야 한다. 노루벌은 청정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반딧불이 3종이 모두 출현하는 청정지역이다. 다리 건너 노루벌 적십자생태원도 잠깐 들렀다.

비밀의 숲 같은 이곳 메타세쿼이아숲은 오늘도 그림 같다. 시간이 멈춘 공간처럼 우리를 홀린다. 숲은 꿈꾼다, 노루벌의 반딧불이와 갑천 별빛과 구봉산의 깨끗한 바람이 오래오래 지켜지기를. 대전시와 서구는 노루벌 산림생태자원을 활용해 숲·강·벌판이 어우러진 전국 최고의 명품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기대와 우려가 오버랩된다.
#4. 뿌리공원으로 갈 차례
왔던 갑천길을 거슬러 가서 정림동에서 대전과기대 앞을 넘어 유등천으로 갈 계획이다. 12:22 PM. 아까부터 배고픔 신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원한 물냉 어때?" C는 예전에 뿌리공원 앞쪽에서 먹었던 기억을 꺼냈다. "그때도 자전거 탈 때였는데 말야, ○○와 ○○하고 ○○…. 배고파서 그랬는지 정말 맛있었다니까." '습~' 입맛 다시는 K, 특유의 표정 속에 눈이 반짝인다. 둘의 페달링이 갑자기 빨라졌다. 갑천을 벗어나 오르막이 시작됐다. 과기대 방향, 꽤 길다. 배고파서인가, 급경사도 아닌데 허벅지에 고통이 몰린다. 호흡도 만만찮다. 휴~~. 버드내다리 건너 유등천으로 내려왔다. 유등천도 온통 초록물결이다. 춤추는 버드나무 초록 물결이 가장 인상적이다. 멋지다. 아, 그렇지. 이곳이 버드내·유천(柳川)이구나. 금세 뿌리공원 주차장이다. 1:00 PM. 총 주행거리 43㎞ 통과.

만성교(萬姓橋) 앞에서 사진 몇 번 찍는다. 만성교는 '모든 성씨가 한곳에 모인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오늘도 어르신들이 많이 오셨다. 산책하시는 분들, 쉼터에서 쉬시는 분들. 유유자적 뿌리공원 힐링을 한다. 마침내 점심시간이다. 오면서 줄곧 냉면냉면 하면서 왔는데… 초입 들어오면서 보니 그 냉면집이 안 보이는 거다. 아래쪽에서 봐서 잘 안 보이기 때문일 거라고 내심 기대하면서 뿌리공원을 나온다. 아, 냉면집이 없다. 이럴 수가… 휴대폰 앱을 열어 검색해보지만 그 냉면집을 찾을 수 없다. 아쉽지만 대신 편의점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배도 부르고, 노래 흥얼거리며 느릿느릿 게으른 라이딩을 이어간다. 비가 올 거라는 예보와 달리 파란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난 거기엘 가지 파란 하늘이 열린 곳
태양이 기우는 저 언덕 너머로
난 거기엘 가지 초록색 웃음을 찾아
내 가슴속까지 깨끗한 바람이 불게
(어떤날, 그런날에는)
천천히 달리려 하는데 속도가 붙는다. 상소동산림욕장으로 가기 위해 유등천과 대전천이 만나는 합수지점을 향해 달린다. 안영교-사정교-복수교-버드내다리-도마교-유등교-태평교-가장교-수침교-용문교를 순식간에 통과한다. 52㎞가 넘었다. 합수지점인 삼천교 인근에서 휴식, 대전천으로 갈아타고 17㎞ 거리 상소동산림욕장으로 간다.

#5. 대전천 오랜만이야
사무실 선화동시대 땐 매일 다니던 곳이었다. 이곳을 지나다 보면 옛 생각이 난다. 13년 전 품었던 초심이란 정직한 단어도 떠오르고 열정 넘치던 동료들 얼굴도 필름처럼 스쳐지나간다. C와 K가 처음 만난 것도 13년 전 이맘때였다. 같은 추억 공유하다보면 나눌 이야기가 풍부해지고 공감대가 강하게 굳어진다. '같은 방향 바라보며 함께 가는 길은 늘 아름답다.' 옛 생각에 빠진 찰나 선화초등학교 옆을 지나고 있다. "학교앞 골목, 할머니가 하시는 그 떡볶이집 아직 있으려나." 헛헛한 속 달래고 시름 섞인 그 시절 생활 보듬던 휴식터이자 해장터였다. 옛날식 떡볶이와 시원한 어묵 국물. 그 맛을 어찌 잊으리오. 조만간 반드시 확인해야겠다.
금세 버섯모양 목척교가 보인다. 오랫동안 공사 중이어서 천변 길이 막혀있다. 중앙로 쪽으로 올라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린다. 건너편에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가 보인다. 목척교를 건너서 중앙시장 쪽으로 넘어왔다. 시장 쪽은 오늘도 붐빈다. 천변에도 사람이 많다. 신도심과 다른 사람냄새가 느껴진다. 아래 천변길로 내려간다. 분수대 앞을 지나면서 다시 남쪽으로 페달을 밟는다. 중교 지나면 커플브릿지가 보이고 그 옆으론 청소년위캔센터 건물도 보인다. 위캔센터를 보면 떠오르는 원동국민학교. 대전 최초 초등학교인 원동국민학교가 있던 곳이다. 1906년 대전소학교로 설립돼 1908년 대전심상고등소학교, 1910년 대전공립심상소학교로 변천을 거듭하다 광복과 함께 원동국민학교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계속되는 학생수 감소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1980년 2월 졸업식을 끝으로 학교는 문을 닫았다. 위캔센터 주변에서 원동국민학교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원도심의 여러 동네를 통과한다. 원동 대흥동 인동 문창동 효동 석교동…. 천석교 지나 모퉁이 돌아서니 유려한 곡선 물길이 이어진다. 식장산이 가까이 다가왔다. 산내 운전면허시험장 지나 여름철 피크닉 핫플인 초지공원도 지난다. 구도동 지나 한적한 길을 달린다. 친절한 벤치가 쉬었다 가라 한다. 물 한 잔 휴식, 어느새 시간은 오후 3시 40분이 넘어섰다. 주행 거리는 65㎞, 상소동까지는 4㎞ 남았다. 엉덩이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과연 100㎞ 완주할 수 있을까.

65㎞ 넘자 엉덩이통증 심해지면서
허벅지도 손목도 소리없는 아우성
그래도 특별한 투어, 유쾌한 힐링
허벅지만큼 딴딴해진 동료애는 덤
#6. 호젓한 라이딩
예전엔 자전거 타고 상소동산림욕장 가기가 불편했다. 대전천 자전거길(산책로)이 구도동까지만 이어져서 구도동부턴 차도로 갈 수밖에 없었다. 위험해서 바짝 긴장한 상태로 달리고, 그래서 체력은 더 떨어졌다. 몇 해전 자전거길이 산림욕장까지 이어졌다. 먼 곳에 있다 생각했는데 훨씬 가까이 다가온 느낌.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호젓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머리 위에 고속도로(대전~통영)가 보이면 상소동산림욕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 3분 뒤, 도착예정 시간으로 잡은 오후 4시다. 거짓말처럼 딱 맞춰 도착했다. 69.3㎞. 출발한 지 5시간 20분. 100㎞ 중 가장 큰 고비라 생각했던 구간을 잘 넘겼다. '함께'라서 가능했을 거다.

상소동산림욕장이 주는 재미와 휴식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산책은 기본, 식장산/대전둘레산길과 이어지는 등산로도 있고 무엇보다 유아숲체험원 등 아이들이 놀 공간이 많다. 오토캠핑장도 있다. 봄여름가을의 힐링이 평범하다면, 겨울의 얼음동산은 단연 백미다. 시그니처 수많은 돌탑들도 빼놓을 수 없다. 얼마 전엔 2023 강소형 잠재관광지 발굴·육성 사업 공모에 선정돼 또한번 업그레이드를 예고하고 있다. “다음에 한가하게 다시 와야겠네.” 다시 오면 여기저기(산길까지) 꼼꼼하게 즐기리라, 기약을 남기고 15분 만에 다시 타슈 안장에 앉았다.


#7. 다시 '시내'로
최근엔 확인을 못했는데 4~5년 전만 해도 대전천에 있는 이정표에 →시내, 란 방향표시가 있었다. 대전역 방향 은행동이나 선화동 대흥동 정동 등등 중앙로 일대를 말하는 ‘시내’. 참 정겨운 단어다. 때문일까, 우린 요즘도 시내란 표현을 쓰지 않는가. 그 시내를 향해 페달을 밟는다. 확실히 왔던 길을 다시 밟아 돌아가는 길은 금방이다. 오후 5시, 다시 천동홍익아파트 앞을 지난다. 10분 뒤 중앙시장 입구 은행교 앞에 멈춰섰다. 많은 사람들, 붐빈다. 다리 모퉁이에 '걷고 싶은 길 12선' 안내판이 있다. 대전시가 지난 2012년 선정한 12선. 갑천 습지길, 노루벌길, 현충원 산책길, 뿌리공원 둘레길, 보문산 산책길, 계족산 황톳길, 로하스 해피로드, 추동 대청호 호반길, 식장산 숲길, 시청앞 가로수길, 유성족욕체험길 등이 있는데 나머지 한 곳이 이곳에 있다. ‘원도심 어울림길.’ 중구청~문화예술의거리~우리들공원~으능정이거리~은행교~중앙시장~대전역으로 이어지는 길. 그러고 보니 대전 '시내'의 참맛과 참멋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잠시 물 보급을 위해 시장 안으로 들어갔던 K가 보인다. 물과 함께 에너지음료 두 캔을…. 더 힘내자는 시그널이다. 현재 82㎞가 넘었다. 5시 15분. 대청댐 근처까지 가려면 부지런히 가야 한다. 다시 힘내서 핸들을 잡는다.
중앙로 큰 길가에 있는 대형 안경점 건물 앞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옛 조흥은행 대전지점, 조선총독부·동척과 함께 3대 식민수탈기구 중 하나인 조선식산은행이던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이다. 국가등록문화재 제19호. 길을 건너 두부두루치기로 유명한 맛집을 지나 인쇄골목으로 진입한다. 익숙한 출판사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이든북이 여기 있었구나. 다시 대전천. 구름이 많아서인지 벌써 어둑어둑하다. 천변엔 시간을 낚는 강태공들의 한가함이 있고 자전거도로 오른쪽엔 퇴근길 헤드라이트를 켜고 줄지어 달리고 있는 자동차들의 분주함이 보인다. 대전천과 유등천이 만나는 곳에 섰다.

#8. 오후 5시 34분, 86㎞ 지점
"이대로라면, 대청공원까지 안 가도 100㎞ 가능하겠는데?"
에너지음료 효과인지, 결승점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 때문인지 힘이 넘친다.
"그래도 대청댐 수문 봐야하지 않겠어?"
"어차피 100㎞가 목적 아니었나?"
내적 갈등이 일고 있다. 하긴 100㎞ 넘으면 체력이 급강하 할 것 같다. 거기다 대청댐 가는 길은 오르막이고…. 내적 갈등 끝에 합의.
"맹꽁이 서식지, 금강-갑천 합수지점과 드론공원 지나 현도교 아래에서 신탄진으로 갑세. 신탄진역을 골인 지점으로."
가야할 거리가 줄었다는 이유 때문일까,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던 허벅지에 힘이 붙는다. 금세 유등천을 달려 유등천-갑천 합수지점까지 갔다. 출발점인 엑스포다리가 보인다. 참으로 멀리 돌아왔구나. 엑스포다리와 고층 백화점, 방송국, 아파트 건물을 갑천과 함께 사진으로 담고 다시 출발한다. 89㎞.
넓은 갑천 물길 따라 갑천의 끝을 향해 달린다. 탑립돌보와 전민보 지나 한빛대교 아래 통과한다. 계획한 대로(?) 저 멀리 KTX가 오간다. 대덕테크노밸리와 대덕산단을 잇는 용신교를 지날 때쯤 석양빛이 내비친다. 신구교 통과하고 갑천야구공원 지나 모퉁이를 돈다. 갑천 물길도 크게 휘돌아 금강과 만날 채비를 한다. 불무교 아래부터 오픈 뷰. 곧게 뻗은 자전거길을 달린다. 그리고 마지막 오르막길 오르면 갑천과 금강이 만나는 지점. 맹꽁이서식지 쉼터에 닿는다.
#9. 마침내 금강
드디어 100㎞. 시간은 6시 45분을 가리킨다. 해냈다! 환호와 하이파이브. 어느새 어둠이 스며든 강변, C와 K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현도교 향해 느릿느릿 페달을 밟으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김건모-박광현 노래 '함께'.
현도교 지나 불빛터널 통과하며 마지막 세리머니를 한다.
신탄진역 도착. 총 104㎞, 7:30 PM. 끝.
차철호·김동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