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하는 기업의 이미지는 환경보호와 거리가 멀다. 실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여러 기업이 산업화시대를 거쳐오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들었던 기후위기가 실체화하면서 환경을 위한 기업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이들은 이익 창출보단 환경보호 운동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롤모델 없이 성장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그것도 대전에서 기후환경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익을 내는 기업이 있다. 그것도 사회적기업이란 한계를 뛰어넘고서다. 조진실(32·여) 그린내일 대표가 이익 창출과 환경보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은 이야기를 들었다.

◆동화 읽어주는 할머니라는 꿈

조 대표가 처음부터 환경에 대해 깊이 고민한 건 아니었다. 그의 전공학과는 공주대 국어교육학과. 나이 들어서 동화 읽어주는 할머니가 되겠단 꿈이 시작된 이유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문과라는 이유로 취업이 힘들어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의미의 ‘문송하다’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던 것처럼 졸업 이후 곧바로 회사에 입사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졸업 후 고향을 등지고 남편을 따라 대전에 정착했는데 타지살이는 또 쉬운가. 그나마 전공을 살려 청년 원데이 클래스 같은 교육콘텐츠 관련 일에 종사했으나 지금처럼 창업의 꿈을 가진 건 아니었다. 이후 클래스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 우연히 사회적기업을 접하게 됐다. 조 대표가 창업의 길에 깊이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사회적기업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조 대표의 창업가 정신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이라면 응당 돈을 좇기보단 사회 문제에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았단다. 그렇다고 기업인 만큼 수익을 포기할 수도 없었고.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전공인 교육학과를 잘 활용해보면 좋은 아이템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꿈이었던 동화 읽어주는 할머니라는 콘텐츠와의 교집합을 만들어보니 환경교육 교구 제작 아이템이 나오더란다.

“아이템을 정하고 자문을 구하러 대전 여기저기를 많이 다녔죠. 어린 나이에 참 올바른 생각한다는 이야기부터 굳이 힘든 일을 걸어야 하나라는 걱정까지. 그래도 많이들 도와주셨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 환경 관련 사회적기업은 이곳에서도 특히 힘든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사회적기업도 어찌 됐든 수익을 내야 하는 곳인데 진짜 힘든 분야라고요. 다 진심어린 마음에 조언해준 것으로 생각해요.”

◆그린내일의 뜻은 두 가지다

Green이 있는 내일, 내일을 그려나가겠단 중의적인 표현이다. 그만큼 환경문제에 대해 조 대표는 진심이었다. 야심차게 출발은 했지만 모든 기업, 특히 사회적기업이 업계에 자리잡는 건 쉽지 않다. 조 대표의 그린내일 역시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원데이 클래스라는 일을 몇 번 해봤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최소로 줄일 수 있었다. 조 대표가 가장 먼저 시행한 건 기존 환경 관련 원데이 클래스의 획일화다. 기존 환경 관련 원데이 클래스는 재활용으로 만들어진 환경 관련 교구를 만드는 게 대부분이다. 만들어진 제품은 한 번 쓰이고 버려지기 때문에 ‘예쁜 쓰레기’라는 명칭도 있다.

그래서 조 대표는 단순히 무얼 만들어보는 거로 끝나지 않는 아이템을 구상했고 그렇게 탄생한 게 ‘초록 요리사’와 ‘안녕 북극곰’이란 보드게임이었다. 초록 요리사는 탄소발생을 줄일 수 있는 비건 요리를 소개하고 카드 형식으로 비건 재료를 모아 요리를 만들어보는 제품이다.

안녕 북극곰은 기후위기에 터를 잃어가는 북극곰을 위해 우리가 주변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카드 게임으로 풀어낸 형식이다. 이 중 초록 요리사는 환경교구경진대회에서 환경교육네트워크장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아직 업계에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지난해 태어난 그린내일이란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우상향으로 성장 중이라 단언코 말할 수 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나름의 성과는 거두고 있어요. 교육을 해보면 확실히 아이들이 많이 좋아해주니 기분은 좋아요. 초록 요리사와 안녕 북극곰 말고 다른 방식의 교구에 대해서도 제작을 생각하고 있어요. 틈틈이 좋은 아이템에 대해 계속해서 강구하는 중이죠.”

◆환경동화 읽어주는 할머니

그린내일의 확장에 대해 고민하는 조 대표는 여전히 자신의 꿈을 그려나가고 있다. 초록 요리사와 안녕 북극곰을 만드는 와중에 짬짬이 동화를 집필하기도 했다. 동화 집필은 자신의 꿈을 위한 일종의 취미였기에 완성되는 데 제법 시간이 오래 걸렸고 많은 이들이 사줄 거란 생각은 아예 안 했다고.

그러다 환경 관련 사회적기업의 플리마켓이 대전역에서 열린 적이 있어 초록 요리사와 안녕 북금곰을 선보이는 동시에 자신이 만든 환경 관련 동화책도 내놨는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많이 팔렸다. ‘이게 왜 잘 팔리지’라는 의문에 구매자에게 물었단다. 돌아온 대답은 ‘애들이 이 그림체를 좋아해서요’란다. 이를 계기로 조 대표는 잠시 접어놨던 동화 읽어주는 할머니의 꿈을 다시금 펼쳤다.

대신 그냥 동화가 아닌 환경 관련 동화를 읽어주는 할머니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환경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커진 것이다.

“취미 삼아 만들었던 동화책이 잘 팔리는 걸 보고 의아하긴 했지만 다시금 제가 제 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어요. 그래서 요즘은 환경 관련 교구에 대한 고민과 함께 다음 동화책에 대한 구상도 시작했어요. 그리고 아이들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라 환경문제를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우리는 살다 보면 어렸을 적 꿈을 잊고 산다. 그러나 조 대표는 운이 좋게도 잊힌 자신의 꿈을 최근 다시 꺼내 들었다. 꿈을 이루려면 최소 30년이나 더 흘러야 하기 때문에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동화책을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보고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해준다면 그의 꿈은 멀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글·사진=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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