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1340원 돌파, 보름새 56.3원 올라
향후 상승세 가능성 커, 우리 경제 불안 요인

원·달러 환율이 한때 1340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함께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까지 겹치면서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 상승한 1336.9원에 마감했다. 지난 5월 18일(1334.2원) 이후 최고치다. 개장과 함께 1340원을 돌파한 이날 환율은 한때 1341원까지 고점을 높였고 이후 상승폭을 일부 되돌리면서 다시 1330원대로 내려왔다. 지난달 말(1274.6원)과 비교해 보름 새 56.3원 오른 수준으로 원화 가치가 이달 들어 56.3원 떨어졌다는 의미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1260원을 하회했다. 그러나 미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진 직후 상황이 달라졌다.
이달 1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 신용 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추며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102대로 올라왔다. 신용등급이 떨어졌음에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선호 현상이 오히려 높아진 거다.
여기에 중국 경기 부진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경기 위축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원화 약세로 나타나고 있는 거다.
아울러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2021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수출과 제조, 고용 등 중국 경제 전반이 악화하는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평가와 함께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부실 리스크 역시 위안화 약세 폭을 확대시켰다. 중국 경기 부진 우려에 따른 위안화 투매가 원화 약세로 이어진다는 게 투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우리나라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도, 우리나라의 이란 동결 자금 해제라는 악재도 원화 약세의 또 다른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신용 등급 하락 여파와 중국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한동안 달러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외환시장은 안전자산 선호가 팽배한 상황으로 달러를 대체할 자산이 없다”며 “중국 지표가 디플레이션 리스크 해소보다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어 위안화의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