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기장에게 듣는 새 시대의 항공문화

1. 30여 년 민항기를 조종하면서 그동안의 우리 항공문화 발전, 승객들의 의식향상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나라 민간항공의 급격한 발전 기폭제로 제2민항 (아시아나 항공) 출범과 88올림픽 그리고 1989년 해외여행자유 조치 등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그간 승객들의 여행문화와 매너도 크게 향상, 세련되었다. 예전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집단행동은 많이 사라졌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이제 단체관광 위주에서 개별관광과 테마여행 등으로 바뀌고 개인화 경향 탓인지 초창기엔 함께 패키지여행 온 팀들과 얘기하고 음식도 나눠먹으며 교류하던 풍습이 그 후 별 소통 없이 익명을 유지한 채 헤어지는 것도 나름 변화된 모습이다.
지금도 그런 면이 있는데 한국인이 동남아 등지에 가면 현지인을 다소 얕보는 듯 우월한 자세가 은연중 나타나고 유럽이나 미국 등 체구가 크고 영어가 통용되는 나라에서는 위축되는 자세는 아직 여전해 보인다.
2. 승객들께 권하는 항공여행 당부말씀.
무엇보다 시간을 여유 있게 계획할 필요가 있다. 여러가지 불가피한 이유로 (항공기 고장 또는 연결편 지연 도착, 출발 또는 도착지 기상, 항로상 문제 등의 이유로) 정시에 도착을 못해 연결편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아울러 알찬 여행을 위해 불필요한 짐을 줄이고 미리 여행할 곳의 역사 지리 문화 등을 사전에 익히고 가는 것이 훨씬 보람이 있다. 또한 여행에는 늘 변수가 발생하므로 소위 플랜B 준비도 필요하다.
3. 앞으로 항공여행, 민간항공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민간항공에 국한한다면 400∼500여 명이 탑승하는 A-380, 보잉 747 등 초대형 4발 여객기 시대는 가고 200~300명 정도 탑승하는 쌍발 여객기가 대세를 이루는 시대가 오고 있다. 초대형 여객기는 착륙 가능한 큰 공항도 많지 않고 500여 명 승객 모객도 어려울 뿐더러 예상보다 연료절감도 적어 대세는 '포인트 투 포인트' 개념으로 허브공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목적지 공항으로 빠르게 가는 것을 승객들이 선호한다. 그래서 요즈음 장거리 인기 기종은 쌍발의 보잉사 B-787, 에어버스사 A-350이 대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4. 기장들은 항공기 기종에 따라 전문화되어 있다는데.
항공기 조종면허는 매우 엄격하다. 보잉 737 기장으로 자격을 취득하고 운항하다 더 큰 보잉 777로 전환하려면 약 6개월간 지상교육과 평가, 시뮬레이션 훈련과 평가 통과 후 실제 비행훈련, 평가 등 철저한 검증 후 자격을 부여받는다. 또 이착륙 경험이 중요하므로 월1회 이착륙을 기록에 남겨야 하고 석 달에 3번이 안 될 때는 실제 비행이 중지되고 시뮬레이터로 보완 훈련과 체크 통과 후 투입된다.
이러한 시험, 평가는 조종사 퇴직 시까지 따라 다닌다. 대부분 철저히 준비하지만 불합격의 경우 재시험에서도 통과 못하면 퇴사 또는 기장에서 부기장으로 강등되기도 한다.
5. 하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비행에서 '안전'은 가장 중요한 항목인데 비행 스케줄이 중요하다. 과거 항공기 사고도 비행 스케줄을 잘 짰으면 예방가능 했다. 또 기상악화로 착륙 난이도가 높은 공항에 경험이 적은 기장과 처음 가는 부기장을 배정했을 때, 또는 경력차이가 너무 큰 기장과 부기장 비행의 경우 부기장이 주눅이 들어 제대로 조언이 어렵고 또 너무 친밀하다 보면 해야 할 절차를 건너뛸 우려가 있다. 제도적 안전 확보와 조종인력의 합리적 편조가 안전운항에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 도움말씀: 윤석균 기장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1989∼2020년 아시아나 항공에서 B737, 767, 777 등의 기종을 조종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