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민동 헤어마스터 김복순 씨 이야기

매장 인테리어로 고민하던 김 씨
자영업닥터제 만나 새롭게 출발
어깨수술로 문 못 열었던 7개월
"이렇게 예쁜 가게 왜 안 열어요?"
고객들 원성 아닌 원성도 빗발
국내외서 미용봉사 하는 김 씨
그의 선한 영향력은 더 커져간다
손님들이 세련됐다는 반응을 받을 수 있는 가게는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의도적으로 빈티지함을 추구하거나, 깔끔한 모던함을 드러내거나 둘 중 하나다. 전민동에 위치한 헤어마스터는 후자에 가깝다. 그러나 10주년을 앞둔 가게다. 의도치 않게 빈티지함으로 흘러갈 수 있지만 김복순 씨의 헤어마스터는 그렇지 않다. 자영업닥터 손길로 새롭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경력만 40년, 100평 사장
김 씨의 경력은 자그마치 40년이다. 남들이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머리를 만져왔단 얘기다. 한때는 여성잡지에 실린 적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때 용호동에서는 100평짜리 가게를 운영했다. 네일아트와 메이크업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야말로 당대 제일 잘 나가던 매장의 주인인 셈이었다. 은행동에서도 7~8년 동안 터줏대감 역할을 하면서 이름을 알리기도 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피할 순 없었다.
“100평짜리 가게를 운영하다가 60평짜리로 옮기기도 했죠. 용호동에서는 네일아트랑 메이크업을 한 군데에서 할 수 있게끔 시도를 했는데 원래 미용실 자리가 아니라 돈을 많이 까먹기도 했죠. 예전에는 약혼식이나 상견례까지도 커버가 가능했는데 요즘은 식장에서도 해주니깐 잘 안 되죠.”

◆자영업닥터제로 새 출발
몸도 마음도 잘 따라주지 않았다. 이제는 돈을 벌기보다는 사람과의 소통을 이어나가고 싶은 김 씨였다. 그렇게 해서 들어온 곳이 전민동 한 아파트 상가 2층에 위치한 헤어마스터다. 은행동의 수많은 손님과 용호동의 엄청난 규모보다는 나름의 퀄리티를 찾는 손님들도 많아 만족스럽단다. 다만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인테리어.
10년이 다 돼가는 매장인 만큼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친 매장 분위기가 김 씨는 썩 맘에 들지 않았다. 나무내음 가득한 벽지와 핑크빛이 도는 외부 선팅은 그에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전에도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지만 자본과 시간 등 여러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마주한 것이 자영업닥터제였다.
“원래는 벽도 갈색, 나무같은 느낌이었는데 자영업닥터제를 신청하고 선정돼서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제 건물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갈아 엎을텐데 그게 아니라 제한적인 부분들이 많았죠. 어쨌든 인테리어가 아쉬운 대로 몇 년을 운영하다가 자영업닥터제 대상으로 선정돼 기분이 좋습니다.”
뷰티업계 40년 종사자의 감각은 무시할 수 없었다. 자영업닥터제의 도움으로 살아난 매장은 처음 문을 열면 ‘새로 개업한 매장인가?’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깔끔한 화이트 톤에 포인트로 들어간 블루컬러까지.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미용실처럼 말이다.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김 씨는 최근 어깨수술로 7개월 동안 매장을 열지 못했는데 왜 이렇게 예쁜 매장을 안 열었느냐는 반응이 대다수란다.
“반응이 아주 좋죠. 자영업닥터제 관계자 분들도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훨씬 깔끔해졌어요. 수술로 쉬는 동안 문을 안 열었는데 ‘인테리어를 이렇게 해놓고 왜 가게를 안 열어요’ 하는 원성(?)이 빗발치기도 했죠. 지금은 괜찮아져서 8월부터 다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을 버티는 원동력
예나 지금이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것이 김 씨다. 교회를 통해 동네 어르신을 대상으로 미용봉사는 물론 최근에는 네팔과 캄보디아에 이어 필리핀까지 다녀왔다. 이마저도 미용봉사를 위해서라는 얘기다. 경기가 언제 좋았겠냐마는 많은 이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기부해서라도 좋은 날을 기대하는 김 씨다. 자영업닥터제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신과 같은 자영업자들이 자영업닥터제를 통해 오늘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거다.
“아는 사장님한테도 자영업닥터제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저희들이 경기도 안 좋고 힘들 때에 많은 사람들이 신청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손님들도 후줄근한 것보다는 쾌적한 걸 좋아하니까요. 물론 원장의 기술력이 얼마나 좋느냐가 중요하지만 예산을 포괄적으로 높이고 홍보도 자주해 전체적으로 자영업닥터제가 활성화됐으면 합니다. ”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