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0인 이하 의대 확대 시사로
지역 의대들 기대감 높아졌지만
비수도권 의대 이탈 가능성 높고
N수생 폭증·사교육 심화 불가피

▲ 지난 26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역 및 필수 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속보>=정부가 입학정원 50명 이하의 미니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이 기준에 부합하는 지역 의대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서 입시에 미칠 파장도 만만찮아 보인다. <본보 10월 23일자 1면 등 보도>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기 위해 전국 모든 의대에 증원 수요 파악을 시작했다. 의료계와도 매주 만나기로 하면서 의대 정원 증원의 구체적인 규모를 정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정부는 우선 대학 수요 조사 및 점검 등을 통해 현재 정원 50인 이하인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고 이후 지역 의대 신설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원 50인 이하의 소규모 의대의 교육을 더 효율적으로 하려면 정원이 최소 80명 이상 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지역 의대 신설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리스크가 적잖은 만큼 시간을 두고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50인 이하 의대의 정원 증원을 시사하면서 이 가이드라인으로 살펴봤을 때 가능성이 있는 미니 의대는 모두 17곳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충청권에서 입학정원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는 을지대(대전), 단국대 천안·건양대(충남), 충북대·건국대 충주(충북) 등이다. 이들 대학에선 그간 정원에 발목 잡혀 충분한 인원을 선발하지 못했지만 교육 인력을 비롯해 인프라는 충분히 갖췄다는 입장인데 대부분이 기존보다 2배 많은 100명 안팎까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의대 정원 확대의 문은 열렸지만 교육현장에선 그에 못지않게 우려스러운 분위기도 짙어지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의대 정원 증원이 확대되면 가뜩이나 높은 비수도권 의대 이탈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에 있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2학년도 의대 중도탈락 규모를 보면 비수도권 27개 의대에서 충청권 29명을 포함해 모두 139명이 이탈했다. 전국 의대 39곳의 중도 탈락 인원(179명)의 77.7%에 해당하는 수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이 1000명가량 대폭 확대돼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의대 간 이동이 늘면서 중도탈락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맞물려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걱정도 나온다.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를 준비하고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까지 의대 입시 학원에 등록하는 등 이미 불어닥친 의대 사교육 광풍이 그렇다. 무엇보다 의대를 준비하기 위한 N수생 폭증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이지만 정부는 차후에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 의대 정원 증원 규모가 확정된 후에도 교육현장의 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마무리된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의대 쏠림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로 의사 공급이 확대되면 장기적으로는 의대 열풍이 완화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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