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에너지가 곧 소극장 생명력

영화배우 꿈꾸던 고교생 연극에 빠져
어느덧 34년차 중견 연극배우로 성장
서울서 배우의 꿈 펼칠 기회 많았지만
고향서 연극 생태계 개척하고자 결심

▲ 상상아트홀의 인기작품 뮤지컬 케미스토리 포스터 앞에서 복영한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상상아트홀의 인기작품 뮤지컬 케미스토리 포스터 앞에서 복영한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형 공연장에 비해 자리도 불편하고 무대도 작은 소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화려한 무대, 뛰어난 기술 등을 갖춘 대작을 보고 싶어할 것 같은데 말이다. 소극장을 찾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곳에서 느끼는 매력이 다르다고 말한다. 배우 가까이서 눈을 맞추며 함께 호흡하고 소박한 무대를 지켜보면서 보다 쉽게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은 소극장만이 가진 무기라고. 금강일보는 2024년 연중기획 ‘이제는 소극장이다’를 통해 지역 소극장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청년 복영한의 꿈

고등학교 때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 어느덧 34년 차 토박이 중견 연극배우가 된 복영한. 원래 영화배우가 되려 한 그였지만 스크린에서 느낄 수 없는 관객과의 교감은 평생을 바쳐 이 길을 걷겠노라 다짐하기 충분했다.

“담임선생님이 영화배우가 될 것을 권유하시면서 연기를 배우라고 극단을 소개해 주셨어요. 무대 위에서 관객과 직접 에너지를 교류하면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나의 연기로 관객들의 감정이 움직이는 걸 눈 앞에서 보는 경험은 감히 영화가 침범할 수 없는 연극만의 매력입니다.”

그렇게 연극의 매력에 빠진 고등학생 복영한. 그는 곧 서울의 한 대학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지방보다는 당연히 서울에서 배우의 꿈을 펼칠 기회가 더 많았지만 청년 복영한은 귀향을 선택했다. 이곳에는 꿈을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한 동료들이 있었고, 서울 대학로처럼 롱런하는 공연을 만들어 지역 연극 생태계를 개척해야 하는 걸 운명이라 생각했단다. 그래서 그는 연출자부터 제작자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 마침내 꿈꿔왔던 상상아트홀을 2017년 개관했다.

“내 소극장을 만들어 서울 대학로처럼 지역에서 롱런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상상아트홀은 제가 직접 설계하며 조명과 음향 등 모든 부분에서 공연하는 데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게 심혈을 기울였죠. 무대를 넓게 설계해 어떤 작품이든 들어갈 수 있게 했습니다. 홀 1개, 125석 정도의 프로시니엄 무대를 만들었는데 그중에서도 뮤지컬 공연하기에 최적의 소극장이라 자부해요.”

뮤지컬 ‘7인의 천사’ 중 천사 율 역할을 맡은 복영한 대표가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상상아트홀 제공
뮤지컬 ‘7인의 천사’ 중 천사 율 역할을 맡은 복영한 대표가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상상아트홀 제공

◆여전히 배고픈 예술가

지역 연극 생태계 활성화를 꿈꾸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연극을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예술인의 삶이 각박하기는 매한가지다. 정부와 관(官)이 예술인과 상생하지 않는다면 예술인 스스로 자립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그는 대전시의회를 찾아다니며 예술 생태계 환류를 위해 학생문화예술관람 지원사업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성인이 됐을 때도 익숙하게 공연장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2021년 시작된 학생문화예술관람비지원사업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2만 포인트의 관람비를 지원해 문화향유권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차차 일반인에게도 확대하는 것이 목표였고요. 관람비로 세금을 돌려주고 문화계의 수익도 생기는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예술인들도 자립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예산은 자꾸 삭감되고 의도를 흐린 일부 단체로 그마저의 예산이 올해 이미 소진돼 이 사업이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예술인들이 연극계에서 떠나는 걸 막고 시민 문화향유를 위해서라도 관이 나서서 지역예술계와 소통하고 현장의 목소리르 반영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배우가 연기할 맛 나는 환경 만들어
직접 뽑은 후배들 대전에 정착 목표
관객 없다면 무대 올리는 의미 없어
흥미로운 공연으로 관심 이끌어야

상상아트홀.
상상아트홀.

◆후배들을 위하여

그럼에도 아직 그는 좌절하기보다 후배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지역 연극계가 워낙 어려운 탓에 그는 서울에서 직접 오디션을 봐 후배들을 대전으로 데려오기도 한다. 목표는 후배들을 이곳에 잘 정착시키는 것이다.

“연극은 세대가 모두 어우러져야 하는 만큼 여러 세대의 배우가 필요해요. 서울에서 내려온 후배들이 대전에서 계속 연극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후배를 길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지역과 극장도 알리고요.”

그러기 위해선 배우가 살맛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배우로서 많은 관객에게 에너지를 받으며 공연하는 게 제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관객들이 흥미로워하는 작품을 많이 무대에 올리고 있는 까닭이기도 한데 품질은 물론 재미는 두말할 것 없는 공연들이라는 확신이 오늘도 상상아트홀로 관객들을 이끈다.

“관객이 없다면 무대의 의미가 없죠. 관객이 원하지 않는데 예술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고집하기는 아직 이른 시대입니다. 관객 스스로 서서히 가지를 뻗어나가게 해야죠. 연극은 굉장히 순수합니다. 상상아트홀은 언제나 좋은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오시면 실망하고 가는 공연 없을 겁니다. 맘 편히 오셔서 한껏 힐링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김고운 기자 kg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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