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이이김김] 네 번째 이야기

1945년, 해방의 종소리가 울렸다. 그로부터 80년이 흐른 2025년.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자유를 마주하고 있다. ‘무해력’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 이 평화로운 몸짓은 마치 오랜 전쟁이 끝난 뒤 피어난 들꽃처럼 아름답다. 우리의 선조들은 총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 속에는 후손들이 무기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있었다.

그 꿈은 지금 무해력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경쟁하지 않아도, 치열하지 않아도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그토록 바랐던 진정한 자유가 아니었을까. 광복 80주년을 맞는 오늘 무해력은 우리 사회가 도달한 성숙한 자화상이다. 독립운동가들의 처절한 투쟁이 있었기에 우리는 ‘해치지 않을 자유’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의 거친 손끝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바로 이 평화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80년의 시간을 건너 그들의 꿈은 우리가 선택한 무해력으로 완성돼 간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광복의 완성이 아닐까. 누군가의 치열했던 희생이 마침내 평화로운 일상이란 선물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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