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지원을 위한 대전시의 정지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선행 연구 등 자료 수집을 거쳐 실태조사 및 결과 분석을 마치고 지원 전담 기관 설치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위탁 운영 방식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민관협력 강화를 통한 실효성 있는 지원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니 기대해봄 직하다. 부디 고립을 끊고 자립에 이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주길 당부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세대를 초월한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수면 위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은둔생활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나 사회적 연결고리가 취약하다 보니 상관성 측면에선 1인 가구와 떼 놓을 수 없는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대전은 1인 가구 비율 1위의 도시다. 2023년 기준 39.4%로 전국 평균 35.5%보다 3.9%p 높다. 동구의 경우 무려 43.8%가 1인 가구다.

혼자라는 심리적 고통이 비할 바 아닌 것은 다인 가구(3.21%)보다 1인 가구(9.25%)의 자살 충동이 약 3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여 준다. 충동을 부추긴 원인 중 외로움과 고독(42.3%)의 무게는 압도적이다. 대전시가 충청권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 결과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대전 거주 운둔형 청·중장년(18∼64세) 51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92.8%는 외로움 고위험군에 해당하며 65%는 사회적 고립 위험군에 들었다.

이들의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진단서는 꽤 심각했다. 은둔생활의 계기는 짐작대로 세상과의 단절이었다. 26.6%는 구직에 대한 어려움, 18.2%는 가족과의 갈등, 13.7%는 대인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담을 쌓게 됐다고 털어놨다. 주로 하는 활동은 PC·모바일 웹 서핑(38.1%), 절반이 넘는 57.2%는 밤낮이 바뀌었다고 했고 38.7%는 하루 한 끼 이하의 식사만 한다고 했다. 방치하면 바로 잡기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가 엿보인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응답자의 65.9%가 은둔생활을 청산할 의지가 있다고 답한 대목이다. 상황 극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전문심리·정신건강 지원(47.7%), 경제적 지원 (42.8%), 고용 지원(33.4%)을 꼽으며 실효적인 대책의 방향성을 잡아줬다. 사회가 색안경을 벗고 손을 내밀면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음을 확인했다고 본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그리 간단치만은 않을 것이다. 개개인의 기질이 다양해 한 그릇에 담아 맞춤형이라고 할만한 정책을 펼치기가 녹록지 않을 수 있다. 이제 시작이라 기출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 가구 지원 조례 제정과 실태조사, 정책 지원이 집중된 2023년에 대전 고독사가 전년 대비 대폭 감소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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