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10월 19일자 7면 보도>
ㄴ학교 돌며 금품 훔친 40대 덜미
지난 2월 모일. 졸업식 날 대전의 A 학교는 갑작스러운 도난 사건으로 발칵 뒤집어졌다. 학교에 보관해 놓은 370만 원 상당의 금품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학교의 경비시스템이 해제되는 시간을 노려 침입한 도둑의 범행은 흡사 귀신같았다. 학교 관계자는 “어떻게 선생님들도 모르는 (시스템) 해제시간을 알고 침입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범행은 강원 춘천의 고등학교에서도 벌어졌다. 도둑은 지난 3일 오전 시험을 앞둔 춘천의 B 학교에 들러 금품을 훔쳐냈다. 당시 B 학교는 시험기간과 맞물려 ‘시험지 유출’ 논란을 빚었고 이로 인해 학생들이 재시험을 보는 등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최 씨의 귀신같은 범행은 그가 참고서 외판사업에 5년간 종사하며 각급 학교의 보안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학교 경비원이 교문을 개방하고 건물 출입문 등의 보안경보장치를 해제, 상대적으로 허술한 시간대를 노렸다.
최 씨 범행의 치밀함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범행 시 얼굴을 가리고 택배기사로 위장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가 하면 종이박스를 어깨에 메고 얼굴을 가린 채 침입했으며 학교 밖 도주 시에도 CCTV를 의식해 종이박스로 얼굴을 가린 채 도주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렌트카를 범행지로부터 약 20∼30㎞ 가량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수 회 갈아타며 이동하고 범행 후에도 같은 방법으로 차량 주차 장소까지 이동했다.
최 씨는 이달에도 절도 행각을 이어갔다. 춘천 학교에서 절도행각을 벌인 후 15일 오전 대전의 C 학교에 침입해 금품 470만 원 상당을 절취했다. 이날 역시 그는 숙직하는 교사가 문을 따놓은 취약시간을 노렸다. 이날은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의 수학여행기간이기도 했다. 계속되는 학교 절도에 피해 교사와 학생들의 추억과 땀이 엉망진창이 돼 갔다. 피해학교만 90곳, 피해액은 7200만 원 상당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귀신같은 범행을 추적하는 끈질긴 경찰이 있었다. 대전 중부서는 대전의 학교에서 동일한 범죄가 발생하고 전국에도 유사한 수법의 범행이 계속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수사 범위를 넓혔다. 도둑은 얼굴을 꽁꽁 가렸지만 경찰은 착의상태 등 단서를 역추적해 수사망을 좁혀갔다. C 학교를 털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최 씨는 그날 오후 경기 주거지에서 잠복수사 중인 대전 중부서 형사들에 의해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는 단지 금품을 절취하기 위해 학교 교무실에 침입, 책상과 캐비닛 등을 마구 뒤졌으나 피의자의 범행 시기가 학교 시험기간과 중복되는 경우가 있어 시험지 또는 답안지 유출을 의심하는 상황이 벌어져 일부 학교에서는 시험을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소동도 벌어졌다”며 “검거 당일 새벽에도 범행을 했고 만약 검거되지 않았다면 범행을 계속할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 자칫 미궁 속에 장기간 계속될 수 있었던 추가 범죄를 차단한 것에 성과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