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안남면 배바우마을, 마실 가듯 1박2일

 

마을 이름 참 독특하다. ‘배바우’라니. ‘한반도 반전 지형’을 보기 위해 둔주봉에 오르려면 일반적으로 안남면 연주리에서 출발하는데 등산객 대부분이 이 배바우라는 지명에 한 번쯤 의문을 품는다. 옛 지명을 그대로 이어온 것이라 짐작하는데 그 유래에 대해선 궁금증을 자아낸다.

옥천문화원과 안남면에 따르면 지금의 연주리(蓮舟里)는 연지동의 연(蓮)과 주암리의 주(舟)에서 따온 이름인데 이 주암(舟巖)은 예부터 이어져 내려온 ‘배바위’란 지명에서 유래한다. ‘배를 닮은 바위’에서 이름 붙여진 건데 이 바위는 현재의 도덕리 서당골마을 입구에 자리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바위가 깨지면서 그 형태는 사라졌단다.

이 바위에 얽힌 전설이 재밌다. 옛날에 배 모양의 바위가 마을 입구에 자리해 있었다. 이 바위는 강물에서 2㎞나 떨어졌고 또 높은 곳에 있었는데 희한한 예언 하나가 전해졌다고 한다.

‘이 배바위는 물에 잠기게 될 것이고 그 앞의 넓은 들은 호수가 돼 배를 띄우게 될 것이며 인포리(안내면)에는 포구가 생긴다.'

수백 년간 이 예언은 끈질기게 구전됐지만 이것이 실현되리라 믿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기묘한 일이 생겼다. 대청댐 조성과 함께 담수가 시작되면서 물이 차올라 이 배바위가 물 위에 뜨는 형국이 된 거다. 이후 이 배 바위는 배를 매어 놓는 바위로 알려지게 됐다.

#. 이 마을을 알린 '한반도 반전 지형'

배바우마을은 전형적인 산간분지의 농촌마을이다. 벼농사가 활발하고 느타리, 오이, 토마토 등 시설채소가 많이 재배됐다. 특히 이곳 느타리는 군서면과 함께 옥천군의 대표 작물로 대전 오정동공판장에서 시세를 좌우할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또 이곳은 대표적인 보리 재배단지로도 유명하다.

이 마을에 외지 사람이 찾아오면 십중팔구 ‘한반도 반전 지형’ 때문이다. 이 절경이 알려지면서 옥천의 또 다른 관광명소가 됐다. 그러나 이 마을의 매력 포인트는 따로 있다. ‘한반도 반전 지형’에 천착하면 볼 수 없는 매력 요소인데 바로 이 마을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마을에 들어서 면사무소 앞에 당도하면 ‘이곳이 농촌 맞나?’ 하는 놀라움이 곧바로 생긴다. 마을에 잔디광장이 있고 그 안에 인근 마을주민들이 화합의 의미로 조성한 나무와 주변 열두 마을에서 가져온 돌들로 쌓은 돌탑이 멋스럽게 서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을 전설에 등장하는 배바우 형상의 조형물이 우뚝 솟아 있다. 이 조형물은 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배 위에 서서 마을을 둘러보면 너무나 깨끗하고 잘 정돈됐다는 느낌이 바로 든다. 농촌의 미래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배바우공동체영농조합을 비롯한 마을 공동체 네트워크가 미래지향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관광객이 늘면서 이곳에서도 깔끔한 식당이 하나둘 문을 열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배바우 손두부’다.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해물두부전골과 올갱이두부전골, 불낙버섯전골 등이 있고 간단한 정식 메뉴로 해물순두부와 굴탕순두부, 올갱이국, 청국장 등이 준비돼 있다. 대표적인 식재료는 역시 콩이다.

 

 

 이 마을에서 재배된 콩으로만 요리한다. 제대로 된 콩을 써서 인지 해물순두부를 먹으면 청국장 맛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 식당에선 이 마을에서 재배된 농산물도 함께 팔아 영농조합의 판로 역할도 한다. 내부도 깔끔한 인테리어로 여느 도심의 식당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여기선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마을 초등학교로 특강을 왔다가 이 식당에 들러 사인 한 장을 남겼다.

안남 지역민이 만들어 놓은 깨끗한 마을 이미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 랜드마크 배바우도농교류센터

안남배바우공동체영농조합이 운영하는 배바우도농교류센터는 이 마을의 랜드마크다. 지역민의 모든 생활·경제활동이 집약되는 곳이다. 배움과 나눔, 쉼이 있는 공동체의 공간이다. 이곳에 오면 체류하면서 안남 농산물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5∼6인 기준 복층형 원룸 4실, 15∼20인 기준 큰방 등 숙박시설과 수영장, 족구장, 야외 바비큐장, 캠핑데크 등 놀이시설, 로컬푸드식당 등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 숙박(10인 이상)하면 쌀·보리·밀 등 잡곡과 두부·무농약콩나물, 토마토·복숭아·감자·옥수·깻잎 등 과채류로 정성껏 마련한 시골밥상을 즐길 수 있다.

숙박시설은 너무 깨끗하게 잘 관리돼 있어 무척 만족스럽다. 기대 이상이다. ‘시골마을에 뭐 있겠어?’ 하는 선입견은 이 마을에서 완벽하게 깨진다.

굳이 ‘한반도 반전지형’을 보지 않더라도 이 마을에서의 하루는 기대 이상의 큰 가치를 선사한다. 마을공동체를 복원해 미래지향적 농촌마을을 건설해가는 지역민의 이 정도 응집력이면 나중에 꼭 이곳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 역동적인 카리스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배바우마을의 슬로건이 ‘행복방앗간’인데 둔주봉 전망대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관광객들을 아주 떼로 불러 모아 행복을 선사한다.

안남초 울타리를 끼고 마을 뒷산으로 접어든다. 산기슭을 일궈 조성한 밭에선 가을 햇살을 머금은 농작물이 탐스럽게 익어간다. 20여 분 정도 마을길을 따라 점촌고개에 오르면 둔주봉 가는 길이 시작된다. 등산로가 잘 조성돼 있는데 약간 가파르다. 그래도 쉬엄쉬엄 30∼40분 정도면 전망대에 도달할 수 있다.

 

 

정상까지 오르려면 20∼30분 정도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탁 트인 전망을 원한다면 굳이 정상까지 오를 필요는 없다. ‘등주봉 384m’라 적힌 표지석이 전부다. 다만 겨울에 이곳을 찾는다면 둔주봉 정상이 포함된 대청호 오백리길 13구간 코스를 제대로 밟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안남면사무소에서 출발해 안남초, 독락정을 지나 금강 물줄기를 따라 2㎞ 정도 걷다 둔주봉 정상에 오른 뒤 하산길 전망대를 거쳐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여름·가을엔 나뭇잎이 울창해 정상에 올라도 주변을 볼 수 없지만 겨울엔 금강물이 장쾌하게 뻗어나가다 현란한 감입곡류를 이루는 멋스러움을 볼 수 있다.

 

 

‘한반도전망대’ 정자에 올라서서 한반도 반전 지형을 보고 있으면 자연이 만들어놓은 예술작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입이 떡 벌어지는 금강 물줄기의 현란한 드리블이 압권이다.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들이 한 번쯤 와 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 어렵지 않은 등산코스라서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최근 정자와 함께 전망데크도 새롭게 정비가 돼서 돗자리 깔고 누워 힐링하기에도 좋다.

대청호로 흘러드는 금강 물길을 따라 호젓하게 산책하는 묘미도 나름 괜찮다.

안남초에서 독락정을 지나 한반도 반전 진형을 휘감아 도는 물길을 따라 피실 맞은편까지 걷는 거다. 거리(편도)는 대략 4㎞ 정도다. 병풍처럼 펼쳐진 산세를 배경으로 금강 물길과 함께 걷는다.

 

 

제대로 된 나루터는 없지만 마을 사람들은 군데군데 배를 대고 강 건너 논·밭에서 일을 하거나 농작물을 실어 나른다. 낚시에 심취한 강태공들은 이 깊은 계곡을 거슬러 올라와 한적한 곳에서 세월을 낚기도 한다.
여름과 가을에만 볼 수 있는 해바라기 꽃길도 인상적이다. 따스한 햇살 아래 싱그럽게 활짝 핀 노란 해바라기들이 마음의 평온을 선사한다. 강태공들이 물고기를 불러 모아서인지 왜가리(백로)들이 쉼 없이 날아다니며 먹잇감을 찾는다.

글·사진=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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