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천안·아산 건진센터 포기

본보 지속 보도 ··· 병원측 "지역여론 반영"

지방의료계 경쟁력 강화·지자체 지원 절실

강북삼성병원이 충남 천안·아산에 추진하던 건강검진센터(이하 건진센터) 설립을 백지화했다.
지역사회에 첨예한 논란으로 대두된 지 보름여 만이다.
<본보 7월 15일자 1면·19일자 5면·20일자 6면·21일자 5면 등 보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충남도의사회 등에 따르면 강북삼성병원 신철호 건진센터 본부장이 지난 30일 강북삼성병원의 천안·아산 건진센터 설립을 백지화하겠다는 의사를 충남도의사회 송후빈 회장에게 전달해왔다.

이에 따라 이른바 재벌병원의 지방의료시장 잠식과 지방의료계 고사(枯死) 위기 논란을 빚던 강북삼성병원의 천안·아산 건진센터 설립 문제는 자진 철회로 사실상 일단락됐다.

◆강북삼성병원 논란 15일만에 이례적 포기 선언
강북삼성병원의 이번 천안·아산 건진센터 백지화 결정은 전격적이자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1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의 성명에 이어 같은달 19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의료노조와 의사회, 시민단체, 학계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삼성병원 측에 천안·아산 건진센터 추진의 즉각 철회를 촉구하며 저지 투쟁에 나선지 보름여 만이다.

당시 지역 의료노조와 의사회, 시민단체 등은 삼성병원의 천안·아산 건진센터 설립을 재벌병원의 지방의료시장 장악 시도로 규정하고 삼성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들은 삼성병원이 지역 의료수요를 흡수해 지방병원을 고사시키고 지역환자의 수도권 집중 심화, 지역간 의료불균형을 가속화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며 강도높은 투쟁을 벌여왔다.

강북삼성병원 측은 천안·아산건진센터 추진과 관련해 각계의 반발이 잇따르자 내부 논의를 거쳐 “지역 여론에 반해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건진센터 추진을 둘러싼 지역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조기 수습이 해답이란 결론을 내리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이번에는 막았지만…남은 과제가 더 많다
일단 급한불은 껐지만 발등의 불은 여전하다는 게 문제다.
강북삼성병원의 충남 진출이 자진 철회로 일단 차단됐지만 대전·충남 지역 의료계가 안고 있는 해묵은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서울 등 대형병원과 경쟁구도는 결코 쉽지 않은 사안인 데다 지역민들의 병원선택권, 진료권 보장 요구도 지방의료계의 자체 경쟁력 확보만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도 과제다.
전국의료노조 대전충남지부는 “의료계의 재벌기업 독점성을 깨고 지역간, 계층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충남도 역시 지역 의료발전을 위해 재벌병원의 무분별한 진출을 규제하고 도민 건강권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충남병원회 홍승원 회장(대전기독병원 원장)은 “주민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형병원 일변도가 아닌 지역 상황과 수준을 고려한 다양한 의료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며 “지방 의료계에 대해 경쟁력 강화란 명목으로 자극제나 무한경쟁으로만 내모는 우를 범해선 안 되며, 의료체계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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