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2년 4월 19일 자 금강일보 신문지면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무모한 도전이다. 체력은 '저질'이고, 자전거도 초보 수준인 기자 4명(혹은 6명)이 금강종주 자전거길 공식개통을 앞두고 대청댐(대전)부터 금강하구둑(서천) 146㎞을 달렸다. 무모한 이 기획의 출발점은 뭐였을까. MB표 4대강 이야기가 한창 나오고, 4대강 자전거길 개통 이야기가 한창 나오던 때였으리라. 하지만 우리는 MB의 4대강보다 '원초적 금강'에 시선을 뒀다. '금강일보 창간 2주년 기념'이란 타이틀로 금강 자전거종주에 의미를 뒀다. ▶기사 링크 :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75457

 

 

#2. 안구정화 vs 엉덩이 통증

이 자전거여행을 떠올리면 유유자적 '유람 낭만'을 생각할 수 있다. 환상적인 금강 풍광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는 슬로 모션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일행은 첫 하루의 반나절을 넘기기도 전에 엉덩이 통증을 호소한다. 체력도 점점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한다. 아, 역시 무모한 도전이었나.

점점 말 수도 줄어가는 일행을 다시 달리게 한 것은 역시 금강풍경이었다. 그래, 쉬엄쉬엄 함께 가자.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이쪽저쪽 시선 주며, 뒤도 돌아보면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그렇다. 또 페달에 힘을 준 것은 동료애였다. 나만 생각지 않고 앞뒤 좌우 곁에 함께 있는 동료들이었다. 내가 힘들어도, 힘든 티 내면 동료들까지 힘들게 할까봐 표정관리하는 포스, 엉덩이에 허벅지에 종아리에 통증이 밀려와도 얼굴 찌푸리지 않는 포스. 위 신문지면의 부제목은 이렇게 마무리 한다. 

딴딴해진 동료애 더 큰 수확
무모한 도전 벅찬 감동 남겨 

 

 

#3. 봄날 강변

위 기사의 제목에 쓰인 '봄날, 강변'은 시/노래 '봄날 강변'에서 따 왔음을 밝힌다. 이 노래는 신동호 시인의 시에 '사람을 노래하는 노래꾼' 이지상이 곡을 붙이고 부른 노래다.

세월이 멈췄으면 하지 가끔은 / 멈춰진 세월속에 풍경처럼 머물렀으면 하지 문득 / 세상이 생각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을 땔거야 / 세상에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을 땔거야 …

노래를 듣기만 해도 봄날 정취가 그려진다. 햇살과 강변의 아름다움 아래에서 '풍경처럼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이 돋는다. 하지만 잘 들어보면 이 노래는 풍경보다 사람, 희망, 지조를 품고 있다. 

변하지 않는 풍경으로 남을거야 / 마음의 지조처럼 여전히 기다릴거야 / 오래도록 오래도록

 

 

#4. 신동호

한참 잊혔던 신동호 시인의 이름이 다시 자주 들리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연설 정치’를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 연설비서관이 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연설문은 신 비서관이 작성한 후 대통령이 직접 검토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펜으로 줄을 그으며 꼼꼼하게 연설문을 검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원 화천에서 태어난 신 비서관은 1984년 강원고 3학년 때 강원일보 신춘문예에서 ‘오래된 이야기’로 등단했다. 이후 '겨울 경춘선', '저물 무렵', '꽃분이의 손에서 온기를 느끼다' 등을 썼다. 한양대 국문학과(85학번) 재학 때 대학 1년 후배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학생운동을 했다. 임 실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이었고 신 비서관은 전대협 문화국장이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동적"이라고 했던 장진호 전투기념비 연설문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감성적이고 섬세한 문체가 특징이다. 문 대통령이 감동적인 연설을 쏟아낼 때 신 비서관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졌다. 대통령 취임식부터 시작해 5·18기념사,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사, 현충일 추념사,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장진호 전투기념사를 통해 파독 광부, 이름 없이 죽어간 민주투사, 참전 군인 등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노무현의 필사'였던 강원국 전 연설비서관은 "내가 신 비서관만큼 썼으면 노 대통령께 안 혼났을 것"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차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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