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유출·SKY캐슬·조국 관통 키워드 ‘학종’
‘정시 확대’ 교육 불평등 해소 대안 될지도 의문
지난해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 사건에 이어 올해 드라마 ‘SKY 캐슬’, 조국 법무부장관 딸 입시의혹을 관통하는 키워드엔 대입 수시전형의 하나인 학생부종합전형이 자리하고 있다. 교육현장은 다시 혼돈에 휩싸였다. 문제의 본질은 덮은 채 수시보완과 정시확대만을 놓고 너나할 것 없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을 계속하고 있어서다. 2019년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분노한 이들은 수시·정시 논쟁이 아니라 오늘의 교육 불평등 구조를 내일의 유익한 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매일 아침 7시 30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900만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지난 1994년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은 노래 ‘교실 이데아’에서 정시위주 입시가 낳은 폐해를 신랄히 꼬집었다.
단편적 지식암기 위주의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 성적만 갖고 대학에 진학하는 사회, 국가가 제공한 시험 점수로 학생을 일괄적으로 선발할 수밖에 없는 대학, 등수와 점수에서 밀리기 않기 위해 사교육에 기댄 학생, 이런 획일적 입시 교육을 타개하고자 등장한 게 오늘날 입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수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학종은 내신과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수상경력·자격증·진로·창의적 체험활동 등 학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시험 ‘한방’이 아니라 과정을 두루 살펴보며 학생을 선발하는 수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성적으로 우열이 가리다 성장과정부터 학교생활·사회활동·독서활동·추천서까지 입시에서 여러 영역을 판단해야 하니 학생과 부모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혼란스러워했다.
개중에는 스펙 쌓기를 위해 부모의 사회적 자본과 네트워크를 입시에 십분 활용했고 명문대 진학을 위한 학생부의 첫 ‘스펙’은 영재고·과학고, 특수목적고와 자사고였다. 조 장관 딸 입시의혹과 맞물려 비수도권 거주 학생일수록 학종 등 수시 의존도가 높고, 수도권 학생일수록 논술과 수능 등 정시에 기대는 경향이 높은 교육현실에서 ‘수시=불공정’, ‘정시=공정’의 씁쓸한 이분법에 정시 확대를 갈망하는 이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그렇다고 정시 확대가 현재 학종 등 수시가 가진 문제를 해소할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험생이 취득한 점수를 통해 줄세우기를 하고, 순위에 따라 대학에 입학하는 구조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방식인가에 대한 의문에서다.
특히 정시를 확대할 경우 특정 고교 유형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거나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지역의 한 교육계 인사가 “수시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정시를 늘려야한다는 단편적인 대입제도 개편은 더 이상해선 안 된다”며 “오지선다형의 객관적 시험, 단순 암기로 문제풀이 하는 교육이 창의 인재 양성이라는 요즘 시대 흐름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경계한 이유다.
교육은 어느 시대에나 명쾌한 정답을 찾기 힘든 문제다. 그 중 가장 풀기 까다로운 문제가 대입제도다. 반칙과 꼼수가 끼어들지 않는 공정한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대입제도를 고민할 때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