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바이오 G810’ 개발자 활동동향 세세히 확인 보고
10여 년간 효능 검증 미루며 일본산 예방제만 구매
산림청이 세계 최초로 소나무 재선충병 천적백신(예방·치료)을 개발한 바이오기업을 사찰했다는 지적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본보가 입수한 사찰 의혹 문건에 따르면 산림청은 개발자의 활동상황을 세세히 확인·보고했다.
지난달 14일 세종시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열린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윤미향 의원(비례대표)은 “(이것은) 소나무 재선충 친환경 약제를 연구하는 A 교수를 사찰하는 (산림청의) 동향보고서다. 이게 뭐 하는 건가? 의원실로 많은 정보가 왔는데 B 박사, C 박사도 산림청으로부터 여러 외압과 생계 압박도 받았다는 제보를 받았다. 누가 산림청에 민간인을 사찰하라는 권한을 줬나”라고 질타했다.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된 것은 산림청의 형식적 대응으로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올해 다시 확산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올해 피해목만 38만 그루로 전년 대비 22.6% 늘었다.

해당 사찰 의혹 문건은 2015년 5월 ‘성창근 교수의 소나무 재선충병 치료제 연구 및 과학원 세미나 내용 관련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요망’이라는 산림청 차장 지시로 작성된 것으로 천적백신을 개발한 성창근 충남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대덕바이오 대표)의 활동동향이 세세히 담겼다.
앞서 2009년 재선충병 연구사업단 참여 시 접종시험 결과, 이듬해 산림청으로부터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제재조치’를 받은 것부터 2015년 연구지원을 위해 제주도의원 등에게 치료제 성과를 홍보했던 세미나 내용도 보고됐다. 심지어 2015년 제주시에서 진행된 백신효과 검증을 위한 검사의뢰 및 검사결과, 제주도의원의 검증지역 현장방문 및 결과발표를 위한 의회 공식공문도 포함됐으며 대덕바이오 백신이 주입된 소나무의 생존상황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관찰한 일지, 성 교수의 세계 최초 천적백신 개발을 알린 지역언론의 보도내용도 담겼다. 산림청은 사찰 의혹을 제기한 윤 의원에게 지난 26일 서면 보고(답변)했다. 본보가 산림청에 서면 질의한 결과 “사찰한 사실이 없음”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윤 의원실은 민간의 활동동향을 조사해 기록한 만큼 사찰이 맞다는 입장이다.

산림업계 관계자는 “성 교수가 개발한 천적백신의 효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해당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이 산림청의 입장일 것 같다. 그러나 예방제에 불과한 일본산 아바멕틴을 계속 사용하기 위해 천적백신을 견제해왔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얘기”라며 “민간에서 천적백신을 이용할까봐 국립대 교수를 아무런 효과도 없는 제품을 홍보하는 가짜로 몰아왔던 게 사실이다. 지난 10여년간 제대로 효능 검증이라도 했다면 탄소중립에 혁혁한 소나무도 살리고 국내 기업을 세계적 바이오기업으로 키우는 기회를 엿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일갈했다.
대덕바이오(충남 금산)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천적백신 ‘G810’은 세계 유수 학자들의 논문에 25차례 인용됐으며 2020년 국립공원공단과 농진청 지정기관 ㈜현농의 자체 검사에 따른 백신효능 검증 보고서에서 각각 96.8%, 99.4% 감염목 생존율을 보였다.
정은한·박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