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체가 개발했지만 빛 못 봐
업체 “산림청 철저히 외면” 주장
국감선 ‘개발자 사찰’ 의혹 제기도
산림청 “그런 적 없다, 사실무근”

민간에서 개발된 소나무 재선충병 치료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개발자 측은 재선충병 예방·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했지만 산림청의 철저한 외면 속에 상용화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산림청은 개발자 측의 각종 의혹 제기에 ‘(사찰 등) 그런 사실이 없다’,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장면1 : 9월 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22 IUFRO(국제임업연구기관연합) 포럼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세계 최초 천적백신(예방·치료) 기술이 소나무 재선충병을 치료하리라는 희망을 준 것이다. 이날 세계 석학들은 찬사를 보냈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전 세계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어서다. 일본산 예방제만 고집했던 일본·대만은 소나무 3분의 2 이상이 전멸했다. 2022 IUFRO 개최국인 포르투갈도 발병지인 북미지역과 항로를 통해 교역하다 1999년 재선충이 발견돼 스페인 등 유럽 확산의 진원지가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 세계 소나무가 전멸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50년간 자란 소나무 한 그루는 3400만 원어치 산소와 3900만 원어치의 물을 생산한다. 대기오염물질 흡수효과만 6700만 원.
이날 찬사를 받은 세계 최초 천적백신은 한국산이다. 충청의 백신학계가 개발했다.

#. 장면2 : 10월 14일 국감장
“이것은 소나무 재선충 친환경 약제를 연구하는 A 교수를 사찰하는 동향 보고서다. 이게 뭐 하는 건가? 의원실로 많은 정보가 왔는데 B 박사, C 박사도 산림청으로부터 여러 외압과 생계 압박도 받았다고 제보 받았다. 누가 산림청에 민간인을 사찰하라는 권한을 줬나.”
윤미향 의원(무소속·비례대표)은 남성현 산림청장을 질타했다. 친환경 백신 연구자에 대한 사찰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국제 포럼에서 찬사를 받았던 우리나라 천적백신 개발자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산림청이 2015년 5월 천적백신 개발자의 활동동향을 감시한 정황이 발견돼서다. 앞서 산림청으로부터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제재조치’를 받은 바 있어 ‘사찰 의혹’이 강해졌다.

천적백신 검증 과정에서도 조작·방해 의혹이 제기됐다. 개발자는 제주지역 효능검증단지에 누군가 약제를 뿌려 검증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소나무들이 고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림학계의 한 교수는 “온도 차이가 극명한 것 같다. 세계는 소나무 재선충병을 치료하겠다는 것을 가장 높은 목적에 두고 합심하고 지원하는데 산림청은 백신개발 예산으로 무려 900여억 원을 사용하면서도 국내 바이오기업을 원활히 지원하지 않았다”며 “만약 드러난 의혹 그대로 산림청이 천적백신을 외면하고 막아섰다면 심각한 직무유기다”라고 비판했다.
#. 장면3 : 산림업계의 고발
천적백신은 국내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소나무를 살릴수록 예방제 수입·납품에 관여하는 ‘산피아 카르텔’의 이익이 줄어든다는 것이 산림업계의 고발이다. 일본산 예방제는 치료 기능이 없음에도 국내에 한해만 200억~300억 원가량 수입된다. 예방효과조차 30% 내외에 그쳐 올해 국내에서만 재선충병으로 38만 그루가 잘려 나갔다. 보통 감염목 수는 벌목거리 20m당 한 그루만 계산하기 때문에 세세히 개수를 세면 피해 규모가 훨씬 크다.
피해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산피아 카르텔’ 의혹이 제기된다. 보통 피해목은 화력발전소 납품용 펠릿으로 공급되는데 벌목되는 소나무가 없으면 펠릿 납품에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감염목 처리를 명분으로 재선충병과 관계없는 수종까지 벌목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산림학계 관계자는 “재선충병이 활개를 치는데도, 국내에 백신기업이 있는데도 주목받지 못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제는 환경·경제적 국익을 생각해서라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한·박정환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