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갑천습지가 서른한 번째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충청권에선 충남 태안 두웅습지와 충북 충주 비내섬에 이어 세 번째다.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0.901㎢의 구간은 수달, 미호종개, 삵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한반도 고유종을 포함해 무려 490여 종이나 되는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도심 속 하천구간임에도 퇴적층이 발달해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는 등 생태적 가치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갑천습지의 재평가는 대전시가 지난해 3월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건의한 후 타당성 검토, 지역 공청회, 지자체 및 관계 부처 협의, 국가습지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마침표를 찍었다.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탄소흡수원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다. 환경부는 올 하반기 습지보호지역 보전계획 수립에 착수하는 한편 정기적인 생태계 조사와 생태계교란종 퇴치, 훼손지 복원 등을 통해 습지의 자연성을 보전하고 생태휴식공간으로서의 변모를 꾀할 방침이라고 한다.

환경부는 이번 지정을 두고 “기후변화 시대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 의미가 있다”면서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중앙과 지방정부, 지역주민이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초점을 잘 맞췄다. 갑천습지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터전으로 진가를 발휘한다. 아이들이 물장구치며 가족과 추억을 쌓는 곳이면서 새들에게 휴식과 사냥을 보장하는 너그러운 곳이다. 생태계 보전에 주안점을 두면서 생태관광 활성화의 지평을 열 수 있기를 바란다.
갑천습지의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은 대전시 ‘3대 하천 푸른 물결 그랜드플랜’ 중 하천별 특색사업의 물꼬를 튼 성과다. 시는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하천, 일류 환경도시 대전’을 비전으로, ‘전 구간 1급수 수질, 생태 복원, 무재해·저탄소 환경’을 목표 삼아 10년 대장정을 시작했고 장대한 5개 분야 30개 과제 속에 갑천습지가 담겨 있다.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발판으로 더 큰 목표인 유네스코 시범유역 지정에 이를 수 있도록 분발을 당부한다.
3대 하천 푸른 물결 그랜드플랜이 취지대로 순항하기 위해선 보전과 공생의 접점을 잘 찾으면서 시민들이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나 서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각각 누릴 수 있는 갑천습지는 그다지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건강한 생태계로 어울림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갑천습지와 좁은 길 하나 사이로 도안 갑천호수공원 기반 공사가 진행 중이다. 물은 물이되 이질적일 수 있다. 호수공원이 얼마나 자연 친화적이냐가 과제로 남는다.
